저는 덜렁대서 실수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실수하고 나서 ‘실수 좀 하면 어때? 괜찮아.’ 하는 낙천적인 유형도 되지 못해요. 자책하면서 실수를 곱씹고, 없던 일로 만들고 싶어 해요.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하죠. 종이에 글씨가 또박또박 쓰이지 않으면 그 종이를 버리고, 금세 새 종이를 꺼내 다시 쓰는 유형이랄까요.
일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 관계를 정리해 버린 친구도 있어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친구의 잘못을 너그럽게 봐주거나 저도 진심으로 사과할 용기를 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실수했다 싶을 때는 시간을 돌리면 좋겠다고 바라기보다 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해요. 유하처럼 말이에요. 다가오는 거대 편지의 충격을 다빈이가 조금이라도 덜 받을 수 있도록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애를 쓰잖아요.
만약 다빈이가 그 편지를 그대로 받았더라도, 유하는 다빈이와 여전히 좋은 친구로 남았을 것 같아요.
마음이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와 함께 있으면 참 즐겁고, 누구나 그런 친구를 바랄 거예요. 그런데 아무리 잘 맞는 친구와도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답니다. 지내다 보니 잘 맞지 않아서 멀어지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순간적인 말과 행동 때문에 우정이 산산조각 날 위기에 놓였다면 노력해 보는 과정이 필요해요. 참된 우정은 하늘에서 완성된 형태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 함께 만들어 가는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친구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한번 보내면 어떨까요? 봉투에 주소 잘 적었는지 꼭 확인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