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등단했으니 꽤 오랫동안 글을 써왔다. 길 떠나는 나그네처럼 내 마음이 흐르는 길목을 돌다가 잠시 멈춰 서서, 문득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내 글의 시작이다.
이제 내 인생에도 땅거미가 드리워질 시간이다. 내가 걸어왔던 발자국은 시간의 빗자루가 쓸어버릴 것이고 머잖아 어둠 속에 묻혀버릴 것이다. 나의 글 또한 떨어진 낙엽처럼 굴러다니다가 사라지거나 혹은 세월의 쓰레기더미에 보태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살면서 느낀 것이든 생각한 것이든 글로 표현하는 행위는 나에게 기쁨을 준다. 글을 쓰는 순간은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날마다 부질없는 것들을 내려놓으며 살아가지만 읽고 쓰는 재미는 아직 버리지 못했다. 그것마저 없다면 너무 쓸쓸할 것 같아서다. 틈틈이 써두었던 수필과 콩트, 그동안 《삼다일보》(前 《뉴제주일보》)에 발표했던 칼럼을 모아 산문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칠십 세를 맞은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매번 출간할 때마다 그러하듯 쑥스럽고 부끄러움은 여전하다.
2025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