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어쩐지 해맑아야 할 것 같고, 화목해야 할 것 같고, 돗자리를 펴고 김밥을 먹어야 할 것 같고, 기도해야 할 것 같고, 꽃을 들어야 할 것 같고, 누군가를 안아주어야 할 것 같고, 그렇게…… 당위와 임무들을 자각하는 달 같습니다.
이 마땅한 날들의 연속에 저는 늘 옹색했습니다. 기념이라는 형식을 밀도 있게 채울 자신이 없었고, 보편이라는 무리 속으로 들어가기 싫었고, 먼저 나를 소외시킴으로 소외됨을 피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게 5월은 지우고 지워지는 달이었어요.
하지만 이 책의 원고들을 쓰고 묶으면서 제 인생의 5월을 갱신할 수 있었습니다. 쓰고 보니 5월의 모든 날이 저의 날이더라고요. 근로자로서, 어린이로서, 딸로서, 제자로서, 지구의 생명체로서,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시인으로서, 달력 위에 서서 한 칸 한 칸 이동할 때마다 생의 궤도가 선명해지고, 그 궤도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의적절하게 관계를 살피는 것. 그리하여 마주한 이들로부터 제가 발견되는 것. 그것이 저에게 절실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