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고, 1930년대 중국 목판화 운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에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일을 시작했다.
2012년부터 한국 근대 작가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작가들의 아카이브를 체계적으로 수집 및 구축하는 업무를 처음 기획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중섭:백년의 신화》, 《유영국:절대와 자유》, 《윤형근》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작가의 개인전을 열었고, 2021년에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전을 기획했다. 같은 해에 『조선일보』에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 연재를 시작했고, 2022년 월간미술대상, 2023년 정진기언론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2024년 9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 근대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2023년 첫 책 『살롱 드 경성』을 펴냈고, 『청소년을 위한 박물관 에세이』를 공저했다. 앞으로도 전시 및 집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에 기여하고자 한다.
혼돈의 시대, 어둠울 뚫고 빛을 발했던 예술가들을 재조명하다
한국은 19세기 말부터 1950년대까지 혼란의 개화기와 암흑의 일제강점기를 거쳐, 전쟁과 분단을 통과한 나라이다. 이 파란만장한 시대에 삶을 영위했던 인물들의 자취를 찾는 일은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진정한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기도 힘든 삶 속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예술’에 사활을 걸었던 사람들이라니! 이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대책 없이 이런 일을 했던 걸까? 요즘 같은 ‘실리주의’ 시대에 이들의 ‘낭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혼돈의 시대일수록 어둠을 뚫고 빛을 발한 인물들의 활약은 두드러져 보이게 마련이다. 한국 근대기의 수많은 예술가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각자의 시련을 딛고 내면을 벼리는 과정을 거쳐,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한 이들이었다. 세상이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예술가끼리는 서로 자유롭게 연대하고 의지하며, 굶어 죽어도 ‘멋’을 유지했던 인간들이었다. 인간 본연의 순수함과 정직함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높은 가치였기 때문에, 세속의 무가치한 경쟁과 권력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