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났다. 1923년부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 수학했고, 1928~1929년 에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후설과 하이데거에게 현상학을 배웠다. 1930년 〈후설의 현상학에서의 직관 이론〉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프랑스 철학계에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을 소개하는 일에 매진했다.
그러나 점차 스승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국가사회주의의 출현과 2차 세계대전이 결정적 계기였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독일군에게 포로로 수용되기도 한 레비나스는 가족과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후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유를 펼쳐내기 시작했다. 레비나스는 서양 철학과 전쟁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고 보았다. 타자를 주체에 흡수해온 서양 철학의 전통이 상대를 말살하려는 전쟁과 전체주의에 길을 열어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레비나스의 철학이 ‘타자성의 철학’, ‘평화의 철학’이라 불리는 이유다.
《초월과 인식 가능성》은 말년의 레비나스가 자신의 원숙한 사유를 펼쳐낸 책으로, 여기서 레비나스는 종교적이고 신학적인 의미에서 초월을 급진화하여 다시금 타자로 향하는 길을 모색한다. 하늘의 지혜를 땅에서 구현하기, 즉 타산적인 삶을 초월한 성스러운 삶의 철학적 방향성을 탐구한 것이다.
레비나스는 이 책 외에도 《존재에서 존재자로》(1947), 《시간과 타자》(1948), 《전체성과 무한》(1961), 《존재 와 달리 또는 존재성을 넘어》(1974) 등 25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소르본대학교 교수직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후에도 강연과 집필 활동을 활발히 하다 1995년 12월 25일에 89세의 나이로 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