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퇴고하던 중 코로나로 며칠을 앓았다. 정작 팬데믹 때는 그 많은 환자를 대하면서도 끄떡없었는데, 뒤늦게 찾아온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사나흘을 누워 지내며, 오랜만에 그들을 떠올렸다. 약도, 백신도 없던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텅 빈 무덤 같은 건물에 갇혀 꼼짝없이 죽어간 이들. 그들이 느꼈을 고통과 절망이 얼마나 컸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인류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 중 한때, 그들은 외부에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의 묘비가 보이지 않는 허공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것은, 긴 역사 속에서 사피엔스종이 겪은 모든 위기의 끝자락마다 세워진 묘비들의 행렬 맨 뒤에 쓸쓸히 서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