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모자라고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를 알면 성숙한 사람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깊이 생각지 않고 그냥 세월에 맡기고 따라가면 편하기는 하지만 평생을 살아도 빈손이다.
세월은 우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일러주는 법도 없고, 시키지도 않는다. 생각 없이 어영부영하다 보면 세월만 수북하게 쌓이고 인생은 황혼으로 기운다.
이제 세상 이치를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촌 늙은이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것보다는 얼룩진 것이 많다. 이를 지우고 맑은 영혼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세월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동안 산촌에 살면서 세월 따라 계절의 변화를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정리하였다. 글솜씨가 없어 볼품이 없다. 그래도 이를 남기고 싶은 것이 부족한 사람의 바람이다.
첫째, 부분은 사시사철 산을 찾아가 보고 느낀 것을 적은 것이다. 계절 따라 잎이 돋고, 떨어지고를 반복한다. 여기에 하늘, 바람, 구름, 물, 숲과 산새들이 어우러지면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낙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이 바로 낙원이다.
둘째 부분은 서산으로 기우는 해를 바라보며 무엇이든 잡아보려고 애썼지만 끝내 빈손인 것을 보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 것들을 적은 것이다.
마지막 부분은 세상사 그냥 보고 넘길 수 있는 것도 나이가 들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이 있다. 덮어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몇 가지를 골라 적은 것이다.
타고난 글재주도 없고, 이름만 보면 알 수 있는 저명인사도 아니다. 또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다 보니 내용이 조잡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으로 족하다.
무능한 가장이지만 외면하지 않고 사랑을 주신 가족들, 출판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최희경 교수님, 부족하고 못난 선생의 허물을 덮어주고 기억해 주는 제자들, 그리고 출판을 흔쾌히 받아주신 신창동 사장님, 동료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2021. 8.
이 영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