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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장진호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3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경산

최근작
2026년 8월 <길목에서 듣는 바람 소리>

장진호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계명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와 계명대학교 겸임 교수, 대구교육과학연구원 연구부장을 거쳐 달성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신라 향가의 연구』, 『굽은 나무는 굽은 대로 곧은 나무는 곧은 대로』, 『손을 쥐면 아무것도 없고 손을 펴면 천하를 쥔다』, 『국어 선생님도 몰랐던 우리말 이야기』, 『우리 문화 그 가슴에 담긴 말』(2015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신라에 뜬 달 향가』, 『우리 문화 그 은은한 향기』, 『그러니까 우리말 이러니까 우리글』, 『선비와 지식인의 대화』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고려가요 동동고(動動攷)」, 「국어교육의 맥과 흐름」 등 다수가 있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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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우리 문화 그 가슴에 담긴 말> - 2015년 7월  더보기

나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서 초등학생 시절에 6.25 동란을 겪었다. 돌아보면 아득한 옛날이다. 세월도 세월이지만 모든 문물이 그때와는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한 생각이 든다. 나의 어린 시절은 책에서 보고 들었던 조선시대와 거의 같았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 두메산골이라 더더욱 그러했다. 할아버지가 지은 집에서, 할머니가 짠 베를 가지고 어머니가 만들어 주는 옷을 입고, 아버지가 거둔 곡식으로 밥을 지어 먹었다. 자급자족하는 시대를 산 것이다. 봄이면 찔레 순을 꺾어 먹고, 여름이면 송기(소나무 속껍질)를 벗겨 시원한 맛을 즐기고, 가을이면 산딸기를 따 먹고, 겨울이면 묻어 놓았던 배추 뿌리를 깎아 먹는 것이 유일한 맛거리며 군것질이었다. 세상은 너무나 변하여, 그때를 생각하면 딴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아서, 스스로 어리둥절할 때가 더러 있다. 세상은 편리해질 대로 편리해졌다. 그러나 그 편리라는 이름 뒤에 사라지는 것도 너무나 많다. 그 중에는 잃어버리기 아까운 것들도 많다. 효성도 경로심도 점점 옅어져 가고 있다. 가슴에 노리개처럼 차고 다니던 정절의 상징 은장도는 이제 박물관의 전시물일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문물도 바뀌기 마련이지만, 가슴속에 지녀야 할 마음의 은장도까지 잃어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일전에 어느 명사가 쓴 글을 읽었는데, 자기 아들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속담의 배경을 몰라서 황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낫이 어떤 것인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 속담을 알게 하려면 ‘기역자 놓고 낫도 모른다’와 같이 거꾸로 가르쳐야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요즘 아이들이 ‘낫’이란 농기구를 본 적이 없으니 그 속담의 연원을 알 리가 만무하다. 잊혀 가는 것이 어찌 낫뿐이겠는가. 소중하고 아름다워 길이 보존하고 싶은 전통적인 문화 요소들이, 세월이라는 급류 속에서 빠르게 잊혀 가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의 문화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있는 것은 퍽이나 다행스럽다. 또 지역사회 단체나 지방정부에서 주도하여, 그 지역과 관련된 문화 자료들을 발굴하여 살리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것은, 그러한 문화들이 진정한 우리 문화를 뿌리로 하여 돋아나오고 배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적이고 뿌리가 없는 활동은 올바른 문화 계승이나 창조라 할 수 없다. 요즈음 만드는 정원만 해도 그렇다. 우리의 전통적 정원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미를 최대한 살려 다듬고, 차경(借景)이라 하여 밖의 경관을 안으로 끌어들여 즐기는 기법을 적용하였는데, 지금은 그러한 조경법을 살린 정원을 잘 볼 수가 없다. 또 몸통이 아닌 파편을 떼 내어, 보여주기식으로 벌이는 문화 행사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향가 「헌화가」의 배경 설화에 나오는 수로 부인이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는 이야기 하나를 끌어와서, 동해변에 자리한 여러 시군에서 다투어 수로부인상을 만드는 일이나, 원효가 지나갔다는 전설이 있다는 것만으로, 막대한 돈을 들여 특정 지역을 성역화 하는 따위의 일들이 그러한 예에 속한다. 단편적인 일도 아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과연 그것이 올바른 문화의 계승이나 창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러한 일들은 모두가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얕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다 먼저 이루어야 할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속에 문화의 밑동을 가꾸는 일이다. 문화에 대한 의식의 뿌리를 튼튼히 길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고 힘찬 문화의 싹을 틔울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길이다. 모든 일은 기본이 서 있을 때 성공하는 법이다. 문화에 대한 기본 역량이나 태도가 확립되어 있을 때 값지고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진다. 기초가 없이 높은 탑을 쌓을 수는 없다. 그래서 숨겨져 있고, 사라져 가고, 관심이 옅어진 우리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돌아보는 것은, 그것에 대한 애정과 문화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일이 된다. 그것은 우리의 허허로운 가슴 한 구석을 메우고, 우리의 참모습을 세심히 들여다보는 자세를 다듬어 줄 것이다. 나아가 그것은 새 문화를 창조하는 영양소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고도로 발달한 영상매체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라디오 시대 때보다 감흥이 더 커지고 융성해졌는가? 또 음성매체 시대가 인쇄매체 때보다 인간의 감성을 더 아름답게 꾸며 주었는가? 결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생 시절에 심훈의 <상록수>를 읽고 대단한 감동을 받았다. 그 후 얼마 안 있어 영화 <상록수>가 나왔기에 한달음에 뛰어가 관람했는데, 그때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내 상상의 세계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사춘기 소년이 가졌던 아름다운 정서가 허망하게 무너짐을 느끼면서, 텅 빈 가슴으로 영화관을 나왔던 기억이 어제 같이 선명하다. 옛 것이 좋고 새로운 것이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법고창신(法古創新)하자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뒤안길에 숨어 있는 우리 문화의 옛 모습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여 아무렇게나 팽개치지 말고, 현재라는 렌즈로 세심히 들여다보아 그 참모습을 제대로 살펴보자는 것이다. 우리 문화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추고 넓히는 것은, 이제 하나의 국민 된 도리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사라지는 것이 아깝고, 새로이 보아야 할 것도 많은, 이런저런 문화의 단편들을 한데 모았다. 평소에 살폈던 그런 잡동사니들을 언어.문학, 역사.유적, 예절.풍습, 설화.민속, 종교.철학으로 대별하여 이렇게 상재하였다. 이러한 잡다한 것들에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나름대로의 소망에서 용기를 낸 것이다. 이를 통하여, 우리 문화의 소소한 뒤안길을 살피고 거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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