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살에 계간지 '시세계'에 “소리에 대하여1” 외 세 편의 시를 발표. ‘식물성에 근거한 생태적 상상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던 이 젊은 시인은 시, 소설, 수필, 평론 등 장르를 불문하고 글을 썼고, 대학 문학상 전관왕에 올랐던 해에는 일간지에 인터뷰가 실릴 정도로 주목 받았다. 졸업 후에 ‘빈터’ 동인으로 활동하며 시집 출간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문단에서 사라졌다.
그가 돌아온 것은 ‘잠적’ 후 근 17년만이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된 가을부터 가족과 함께 캠핑을 다니며 인터넷 캠핑 카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 그는 “시가 되기에는 장황하고, 소설이 되기에는 너무 사실적이며, 비평이 되기에는 시대정신이 떨어지는 비무장지대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캠핑이라는 소재를 취했지만 그는 자연, 인간관계, 가족, 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글 속에 녹여낸다. 인터넷 캠핑 카페에는 그 비무장지대가 지닌 매력에 푹 빠진 그의 골수팬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