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출생 어려서부터 한학을 하는 아버지에게서 한자와 시조를 배웠으며, 꾸준한 습작을 하여 2010년 12월 월간 한비문학 시조 부문으로 등단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시조집 <눈 비 바람 그리고 하늘>은 그동안 습작한 시조 중에 일부를 묶어서 발간한 것이다.
("망상의 넋 풀이")
꼴통같이 바쁜 나날 양심의 명령에 따라 진상의 눈초리로
허공의 내장을 꺼내 집을 짓는 거미처럼 글을 쓰려 하지만
독서량이 태 부족하여 줄 탁 동시 같은 시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하고 밥솥 안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타듯 눈물 흘리는 증기처럼 가슴이 끓어 오르지만 속 빈 강정 같은 머리만 헛도는 병마개처럼 빙그르르 돈다.
햇볕 튀기는 날 산에 올라 땅 바닥에 궁둥이 붙이고 무릎 세우고 깍지끼고 세운 무릎 꼭 껴안고 고개 들어 흘러가는 양떼구름 바라보면서 시간이 불어 터지도록 정돈되지 않은 사색의 깊은 늪에 빨려들어 가다 보면 어느새 노을은 천지(天地)를 홍옥처럼 물들이고 흙과 수풀 묻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 무(無) 정난 같은 시를 쓰지 않기 위해 기를 쓰면 쓸수록 머릿속은 심야방송이 끝난 후 치지직 거리는 소리로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잠시 몽상의 보퉁이를 내려놓고 마음의 뚜껑도 쾅하는 소리가 나도록 닫고 시간의 구름 속에서 살짝 빠져나와 짧은 키를 쭈~욱 뽑아 발바닥에 지남철 붙은 것처럼 우두커니 서서 동공이 풀린 눈으로 흐르는 강의 휘어짐을 바라보며 시인으로서의 확신의 즙을 짜려니 성장통 아이가 젖 앓이 하듯 가슴이 아파 눈가 물미가 철철 넘쳐 굵은 눈물 몇 방울이 발등이 아리도록 뚝뚝 떨어진다.
한비문학에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심(心)을 탁본하여 벽에 걸어두고 저 하늘의 구름이 되고자 다짐을 맨발처럼 보여줄 수는 없지만 마음을 가지런히 다져 개어둔다.
("문인을 꿈꾸며")
문학은 고뇌의 늪이다.
경쾌한 울부짖음으로 부음의 결례를 할 때까지 시인으로 살고
싶은 것은 문학이라는 불하를 받은 덕택이다.
생명의 연민이 자기생명 보호를 앞지르는 삶 속에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따사롭게 비추는 한 줄기 빛으로 남기에
나의 남은 삶의 방향을 문학으로 잡고 싶다.
예쁜 시집을 나의 젖비린내 묻히면서 밀월여행의 동반자로 열애중이다.
책이라는 자투리를 물어다 쥐구멍에 쌓아놓고 자갈밭에 시(詩)를 뿌려
시(詩)라는 곡식을 거둘 수 있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다.
그물코에 걸릴 수밖에 없는 회유성의 운명, 문인의 길…….
면도날 위를 기어가는 민달팽이의 조심성을 배우고 관용의 소금도 뿌리며
송전탑이 쉰 통곡해도 바람처럼 납작 엎드리고 잎새처럼 숨죽이는
고요함으로 황태가 바다를 헤엄칠 수 있는 날을 꿈꾸듯
나도 문인의 길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