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사람 공부를 하고 어린이책 작가 교실에서 마음 공부를 했습니다. 추리 이야기를 좋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되고자 늘 열심히 상상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달이네 추석맞이』, 『꼬마해녀와 물할망』, 동화책 『그날의 기억』, 「마법 숲 탐정」 시리즈, 「이웃집 프로파일러 하이다의사건 파일」 시리즈, 청소년 소설 「소녀 귀신 탐정」 시리즈, 『39kg』 등 다양한 책을 썼습니다.
어두운 밤, 사물이 낮 동안 머금은 빛을 다 잃어 깜깜한 밤이었다.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가 덩어리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은 무언가의 그림자 같았지만, 그림자보다는 덩어리에 가까웠다. 입체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딱히 움직이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일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까만 어둠 속에는 조금씩 명암을 달리하는 다른 어둠이 있었다.
“넌 뭐냐?”
나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궁금증을 못 이겨 묻고 나니 민망했다. 분명 별 것 아닌 어둠이 자아낸 요상한 그림자일 뿐이었다. 대답이 돌아올 리도 없고 그러길 바라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마치 대답을 바라는 양 묻다니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때 무슨 말인가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듣지 않았다. 내 안에 꽁꽁 숨겨두었던 말은 아직 꺼내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알면서도, 알고 싶지 않은 말이 많이 있었다.
얼마 뒤, 덩어리는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다시 뭔가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에게 찾아와준 게 고마울 때도 많았다. (…)
나는 오늘도 나만의 계약을 지켜나가고 있다. 나의 계약자는 밤마다 자꾸 나타나 무엇인가를 쓰라고 한다. 졸린데 잠을 못 자게 머리를 어지럽힌다. 지독한 계약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