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서 정년을 마치고 시간에 쫓기는 글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그때부터 대학에서 전공한 문학을 돌아보며 일이 아닌 문학 본령의 높은 봉우리, 창작을 떠올렸다. 선현들 문집을 넘길 때마다 언제나 맨 먼저 시가 나왔다. 문(文)은 그만큼 시가 중요하다는 뜻일 게다. 시가 문학의 전부라는 말을 하는 이도 있다. 시는 글을 써오면서 내게 가장 크게 비어 있던 장르였다. 시 창작이야 당연히 타고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그래도 이걸 공부라도 하고 가야 글 쓰는 사람의 기본은 할 것으로 보았다.
4년째 시 가운데도 시조라는 민족 장르로 용감한 여행을 하는 이유다. 가지 않은 길을 나아가며 때로 잘 나섰다 싶다가도 너무 무모하게 발을 들여놓은 건 아닌지 두렵기도 하다. 그러면서 창작은 기사 글과는 전혀 다른 갈래임을 새삼 깨닫는다.
내가 나선 시조의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또 어디쯤 가고 있는지 그 힌트를 얻을 지도가 다시 떠올랐다. 이리저리 걸어간 궤적이 나침반이 될지도 모른다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