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효, 은혜 은. 서른두 살 아버지가 둘째 딸에게 지어 주신 이름입니다. 내가 태어나고 동생 셋이 더 태어났습니다. 그렇게 나는 딸이자 여동생, 언니이자 누나가 되었습니다. 우리 일곱 가족은 아버지의 낡은 차를 타고 많은 길을 달렸습니다. 어금니가 달달 떨리게 차가운 계곡물 속에서 예쁜 돌멩이와 작은 물고기들을 보았습니다. 소금기 퍼석이는 바닷가 못생긴 텐트에 누워 하나둘 쌓여 가는 파도 소리를 들었습니다. 풀벌레가 울어 대는 까만 밤 불빛 하나 없는 길 위에서 수많은 별들과 서로의 얼굴을 비추는 하얀 달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아버지가 보여 주시는 많은 것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나는 어느덧 어른이 되어 내 갈 길을 찾아 걸었습니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못 본 척 지나치며 부지런히 걸어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길 위의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주름진 손을, 가지각색의 얼굴을, 다양한 표정의 발을 그림으로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이 하나둘 쌓이자 아버지가 어렸을 적 우리에게 보여 주셨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길 위에서 보았던, 가까이 있지만 보지 못하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