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무에 여섯 가지로 태어나 찬 서리 모진 세월 가슴으로 안으며 살았습니다. 그런 중에도 한 가지에 또 두세 가지 잔가지를 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살았습니다.
넷째 가지와 셋째 가지가 풍상에 못 이겨 까맣게 말라서 떨어졌습니다. 맨 먼저 돋아났던 가지가 한끝이 썩어 가는 병이 짙어 곧 뿌리가 묻혔던 곳으로 갈 날을 손가락으로 헤고 있답니다. 뿌리가 그리우면 쳐다보던 그 첫 가지를 나중에 난 가지들이 바라보며 아파하지만 손이 닿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새들도 둥지에서 잠들고 나무도 자람을 멈춘 깊은 밤, 제일 늦게 돋은 가지는 고요 속에서 생의 의미를 헤아려 봅니다. 고요와 고요가 묻혀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시각에 똑딱이는 괘종시계가 생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밤도 고요도 이 소리만은 지울 수 없군요. 이 똑딱임처럼 생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을 뿌리로 간다고 하는 걸까요?
2021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