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시가 처음 다가온 순간은 지금도 강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아버지께서 미처 못 이룬 꿈을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나오지 못한 당신의 습작 시집과 공부를 다 못 마친 학생증! 그 미련과 애환이 내게 뿌리를 내린 이후 화두처럼, 숙제처럼 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끝내 시를 붙잡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변명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한낱 푸념에 불과할지라도 아버지를 기리는 나의 방식이기에 시를 쓰는 순간순간은 삶이 충만해집니다.
무등산이 보이는 광주문학관 창작실에서
2026년 8월
장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