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비교사라는 관점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도 비서구의 역사 연구는 끊임없이 ‘비교’에 유념하면서 이루어졌다. 다만 그 비교가 기본적으로 서구중심주의와 근대중심주의라는 목적론적·진화론적 이데올로기에 근거하여 그려진, 그것도 매우 추상적으로 그려진 서구의 경험을 준거로 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한국사 연구를 보면 해방 이후 새로운 한국 역사상을 수립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서구의 경험을 의식하면서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그러한 연구는 서구를 특권화하고 그를 준거로 하여 한국사의 발전단계를 가늠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비교의 시각이 비대칭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