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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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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꽃은 날기 위해 핀다>

이어시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 조형예술대학(Akademie der Bildenden Kunste Munchen) 회화과를 졸업했다. 뮌헨과 뉴욕을 거쳐 귀국한 후 파주, 서귀포, 강진, 태안, 강릉 등 여러 곳을 떠돌며 살고 있다. 사진 작업을 하고 글을 쓴다. 그리고, 나를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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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꽃은 날기 위해 핀다> - 2026년 9월  더보기

“어느 날, 허공에 멈춰 버린 돌멩이 하나를 바라보다 내가 단단하다고 믿었던 세계에 이미 균열이 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은 낯설게 다가왔고, 나는 익숙했던 모든 것들에 가느다란 금이 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길 위에 오랜 발걸음을 내놓았습니다. 땅울림조차 들리지 않는 세계에서도 나는 오직 내 몸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멀미를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들떠 흔들리고 있는 그 낯선 부유(浮遊)의 시간을 시로 기록했습니다. 울면서도 울지 않았고, 웃으면서도 웃지 못했습니다. 삶이 건네는 멀미를 견디며, 흔들리는 나 자신과 흔들리는 세계를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내가 시를 쓰는 이유도 그 흔들림을 이제 삶의 형식으로 받아들이고자 하기 위함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시집 1권 《꽃은 날기 위해 핀다》와 2권 《늦게 도착하는 것은 가장 깊은 곳에 눕는다)는 그렇게 흔들리며 지나온 시간과 그 안에서 마주한 마음의 조각들을 담았습니다.” 어느 날, 무심코 던진 돌이 허공에 박힌 채 떨어지지 않았다. 아주 작은 정지였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내가 믿고 있던 견고한 세계는 흔들렸다. 공간은 빈틈없이 차 있는데 사물들은 오히려 텅 비어 있었고, 당연했던 일상은 낯선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그곳을 피해 떠났다. 돌아보니 꽤 긴 시간이었고, 먼 길이었다. 그런데 그곳만이 아니었다. 어디를 가든 그랬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공중에 박힌 돌에 대해, 하늘에 생긴 균열에 대해, 금이 간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가는 세계에 대해 말했다. 사람들은 무심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땅울림은 없었다. 그런데 나의 세계는 계속 흔들렸다. 발밑은 가만히 있는데 몸속 어딘가가 흔들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멀미가 찾아와 나는 수없이 속을 게워냈다. 하늘의 균열은 닫히지 않았다.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허공에 박힌 돌도 여전히 떨어질 줄 모른다. 세계는 여전히 낯설다. 나는 울었지만 울지 않는다. 나는 웃었지만 웃지 않는다. 나는 분노했지만 분노하지 않는다. 다만, 멀미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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