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치료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저는 오랫동안 ‘치료’라는 말을 국소적인 사건으로 배우고 또 가르쳐왔습니다. 통증이 있는 부위, 손상된 조직, 약해진 근육—문제를 특정하고, 그 지점을 교정하면 몸은 회복된다는 것이 제가 알던 학문의 문법이었습니다. 그러나 건생병사(健生病死)를 만나면서 이 문법 자체를 다시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건생병사는 병을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세포 단위에서 시작되는 연속적 흐름으로 봅니다. 허용하지 않는 음식을 차단하지 못한 결과가 쌓이고, 비워내지 못한 것들이 정체되고, 채워야 할 것들이 결핍되면서, 몸은 서서히 재생의 능력을 잃어갑니다. 그리고 그 흐름의 끝에서 다시 회복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차단, 비움, 채움, 재생, 평화, 이 다섯 단계를 순서대로 되짚어야 한다는 것—이것은 임상 경험 하나로 우연히 발견된 통찰이 아닙니다. 생체역학과 분자생물학, 생화학, 면역학, 신경과학, 최신 오믹스 과학이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해온 것들을 하나의 흐름 위에 정렬시킨, 정교한 통합의 결과물입니다. 운동치료학의 관점에서 보아도 이 다섯 단계는 조직의 손상과 치유 과정이 밟는 생리적 순서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서로 다른 학문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이 다섯 단계가 특정 이론가의 주장이 아니라 몸이 원래 가지고 있는 회복의 질서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진료실 바로 곁에서, 인체 움직임(스포츠과학)의 원리가 실제로 적용되고 검증되어가는 과정을 오랜 시간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라본 이 책의 기록들이 특별한 이유는, 이것이 한두 명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서로 다른 진료실에서, 서로 다른 한의사 선생님들이, 서로 다른 환자와 질환을 앞에 두고도 이 다섯 단계를 반복적으로 적용해왔고, 그때마다 회복은 놀라울 만큼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습니다. 개별 임상의 한 사람의 직관이나 우연한 성공이 아니라, 여러 진료실에서 독립적으로 반복 검증된 결과라는 것—이것이야말로 건생병사가 단순한 치유법을 넘어 하나의 학문적 체계로 서 있을 수 있는 근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원리가 병원 진료실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차단, 비움, 채움, 재생, 평화는 난치병 앞에 선 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매일의 식사, 매일의 수면, 매일의 움직임 속에서 누구나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원리입니다. 아프기 전에 미리 차단하고, 병들기 전에 미리 비우고 채우는 일—그것은 결국 의료진의 손이 아니라 자기 몸에 대한 각자의 관찰과 결정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저는 대학원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회복은 치료자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몸의 주인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가르쳐왔습니다. 건생병사는 바로 그 믿음을 임상의 언어로 증명해 보인 체계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의 손에 닿기를 바랍니다. 진료실을 찾은 환자뿐 아니라, 아직 병명은 없지만 몸의 신호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그리고 무엇보다, 더 높은 수준의 건강함을 목표로 하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건강은 누군가에게 맡기고 기다리는 결과가 아니라, 자기주도 건강습관이라는 매일의 선택으로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책에 담긴 다섯 단계의 원리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져, 각자가 자기 몸의 주인으로 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이 학문적 여정을 열어주신 문형철 교수님, 그리고 각자의 진료실에서 이 원리를 검증하고 기록해온 모든 한의사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