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길에 들어선 지 어느덧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돌이켜보면 오래도록 시조 곁에 머물렀으되,
그 깊이를 온전히 헤아리지는 못했습니다.
삶의 무게를 견디며 우리말의 맑은 숨결을 더듬어 왔지만,
시조는 걸음을 옮길수록 더욱 멀어지는 산처럼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
이 시조집은 그 긴 여정의 작은 이정표입니다.
이루어 낸 결과라기보다,
부족함을 깨달으며 다시 배우고 다시 걸어온 시간의 기록입니다.
아직도 저는 미완의 길 위에서
시조의 정신과 미학을 조금씩 익혀 가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느리더라도 우리말의 결을 따라
시조의 넓고 푸른 바다를 향해 묵묵히 노를 저어갈 것입니다.
이 작은 책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잔잔한 울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6년 성하盛夏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