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골목을 돌았는데 느닷없이 세상은 모르는 표정을 짓는다.
낯익은 시간이 낯설어지는 순간 흔들린다. 그 생경한 기척이 두드려 열어 본 사소한 일상의 틈, 관계의 소란한 침묵…. 이것들을 뜻밖의 장소로 옮겨 놓고 싶었다.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으려 했으나 쉽게 말할 수도 없었다. 많은 것을 요구하는 세상처럼 껄끄러운 어긋남을 길어 올릴수록 질문이 남았다. 서글픈 서성거림이었다.
이럴 땐 섣불리 위로 하지 않고, 성급하게 해석하지 않을 그대를 믿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