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
그녀는 작고 조용하지만 우리와 달리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건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는 어떤 이에게 호감을 느껴도 한 발짝도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 삶을 건조하게 하고 언젠가 스스로를 무척 외롭게 만들 성정이란 걸 알지만 타고난 거라며 체념해 버렸다. 그런 우리를 일부러 찾아와 준 그녀가 고마웠다. 스쳐 가는 길이라 그저 스쳐 가 버렸다면 이 이야기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먼저 말을 건넨 건 그녀지만 어느 순간 깨닫고 보니 우리는 술에 취하듯 재잘거리고 있었다. 숨기고 싶던 일을 고백하고, 바보 같은 자랑까지 늘어놓아 버려서 부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그 방면의 도사였던 것이다. 작은 뼈들에게도 수다를 떨게 만드는.
선경
글이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려 했듯이, 그림은 글 안에서 표현되지 않은 것들을 상상하고 드러내려 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세계가 반씩 섞여 만들어진 것이 ‘모습’이고, 그게 조금 더 재미있으니까요.
거북복과 물떼새 머리뼈의 대화 속에서 등장했던 ‘이상한 아이들’은 그녀가 떠난 뒤 우리들의 공간 이곳저곳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리면서 즐거웠던 그 아이들을 그림 한구석에서 발견해 주신다면, 책을 다 본 후 늘 보던 풍경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고, 저 어슴푸레함 속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하는 기분이 드신다면 반갑고 기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