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사는 동안에는 그곳의 이웃과 함께 길을 나섰고, 때로는 가족과 함께, 때로는 홀로 여러 나라의 길을 걸었습니다.
인도와 네팔,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낯선 풍경 속에서도 화려한 볼거리보다 그곳 사람들의 삶에 더 깊이 마음이 머물렀습니다.
여행은 세상을 구경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삶을 배우고,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걸었던 길의 기억, 가족과 함께한 따뜻한 시간들, 그리고 아내가 먼저 떠난 뒤 홀로 걸으며 품게 된 그리움은 어느새 내 삶의 조용한 동행자가 되었습니다.
『그리움을 안고 떠나온 길』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 함께한 시간의 추억과 이별 이후의 그리움,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며 배운 삶의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여행에세이입니다.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세월이 흐를수록 알게 된다.
사람은 앞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을.
젊은 날의 꿈도,
가슴 뛰던 순간들도,
사랑했던 사람들도,
어느새 추억이 되어 마음속에 쌓여간다.
어떤 것은 손에 남고,
어떤 것은 세월 속으로 사라진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얻었고
또 많은 것을 잃었다.
기쁨도 있었고,
눈물도 있었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별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날부터 나는
관광지를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 않게 되었다.
유명한 건축물을 보기 위해서도 아니고,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도 아니다.
낯선 길 위를 걷다 보면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산길을 걷다가 문득 지나온 인생을 생각하고,
낯선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다가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고,
이름 모를 사람들의 삶을 보며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길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그리고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배우게 한다.
나는 여행을 통해
세상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잊고 살았던 나 자신을
만나러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그리움과도 다시 마주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히말라야의 설산 아래에서도,
갠지스강의 물결 앞에서도,
태평양의 석양 속에서도,
내가 만난 것은 결국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었고,
사람을 통해 비춰 본 내 삶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길을 떠난다.
어쩌면 인생도 여행인지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알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고,
무엇을 얻을지 모르지만
계속 가야 하는 길.
인생이라는 길 위에 수많은 갈래가 있듯,
내가 걸어온 여행의 궤적 역시
저마다 다른 색깔과 모양을 하고 있다.
단어와 문장의 결은 매번 다를지라도,
그 안을 흐르는 온기만큼은
닮아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들,
그리고 그 길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의 기록이다.
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행복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길은 언제나
내게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 질문을 품은 채
또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