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책방을 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는 늘 책 속에서 숨을 고르던 사람이었다. 여러 현장을 거치면서 시행착오와 실패, 그리고 반복되는 자책의 시간 속에서도 책은 늘 내 곁에 있었다.
지금 나의 역할은 성과와 숫자 뒤에 숨은 구조를 보는 일, 점처럼 보이는 사건을 선과 면으로 확장해 읽는 일이다. 구조를 만들고 선택하며 10년을 일했다.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성과도 있었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인지 아니면 선택하도록 설계된 삶인지 알 수 없어졌다. 멈추고 싶었지만 멈추는 법을 몰랐다. 더 열심히 하는 것만 알았으니까.
그때부터 글을 썼다. 답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질문을 잃지 않으려고, 시야가 바뀌면 결과가 바뀐다는 걸 일터에서 먼저 배웠다. 보는 방식이 달라지자 같은 자리에서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그 경험이 이 책이 됐다.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닐 수 있다. 보는 방향이 고정되어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여전히 흔들리는 날이 있다. 그래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