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정약용: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공정하다는 착각》, 《빈곤 해방: 피터 싱어의 담대한 제안》,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 등이 있다.
하지만 시대는 그를 버렸다. 순조로운 진보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1930년대와 1940년대의 낙관주의를 산산조각 낸 1950년대의 매카시즘과는 또 달랐다. 1970년대의 ‘저항’이 이렇다 할 열매를 맺지 못하고 스러진 뒤, 미국과 세계는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의 길로 접어든다. 그 속에서 대중은 물질주의와 과소비, 말초적 자극 위주의 오락에 탐닉한 나머지 더 이상 콘서트홀에서 ‘카타르시스’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클래식은 이미 소수의 취미에만 부응하는 낡은 예술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마당에 ‘미국적 오페라’를 써본댔자 누가 진지하게 들어 주겠는가? 누가 그것에서 감동을 받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겠는가? ‘시대의 총아’였던 그가 어느새 ‘시대의 박제’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 번스타인은 절망했으며, 끝내 그 절망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그래서 필생의 숙원을 이루지 못한 채, 아니 않은 채 눈을 감았다. 이렇게 보자면 그는 분명 많은 행운을 누리며 살았지만, 동시에 가장 원했던 일을 해내기에 필요한 행운은 허락받지 못했던 것 같다. …
번스타인이 겪었던 블랙리스트의 문제, 정치적 소신과 예술적 사명의 갈등, 그리고 시대와 자신과의 관계 설정 문제는 오늘날, 여기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