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 말한 것같이 인간은 뛰어난 사고력으로 갈대처럼 연약한 육체를 보완하기 위하여 많은 발명품을 탄생시켜 인류문명을 꾸준히 발전시켰다.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생활환경은 급속도로 개선되어 위생적이고 쾌적하게 유지되고 있다. 물론 아프리카, 중남미와 아시아 등 일부 지역은 아직도 열악한 환경이다. 또 정보통신 기술과 컴퓨터의 발달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소식이 순식간에 전달될 뿐 아니라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세계의 어느 곳이든 쉽게 날아갈 수 있고, 이제 화성까지 가려는 계획들이 추진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인류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생활은 풍족하고 편리해졌으며 또한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도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세상의 풍요로움이 감사를 잊은 세상을 만들고 남보다 더 가져야 안심이 되는 욕심이 우리의 영혼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한편 쾌적한 환경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기후 변화로 야기된 각종 재난은 재난 대비가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또 각국의 이권 쟁탈로 말미암은 국제분쟁은 우리가 느끼는 새로운 긴장감이다. 핵무기를 제외하고도 정밀한 유도무기는 인간 살상에 너무 정확하게 명중하고 있다. 더욱이 중동전쟁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군비경쟁은 더 확대일로에 있다. 컴퓨터는 혁신을 거듭하여 이제 인간의 사고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까지 등장하였다. 과거 몇천 년 동안 인류가 이룩한 문명의 기록을 거대언어모델(LMM)을 이용하여 컴퓨터가 모두 배워서 이제는 인간의 질문에 순순히 답할 뿐만 아니라 추론을 통하여 결과를 생성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 사람의 두뇌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과연 인류의 장래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 나아가 인간이 만든 최고 또는 최후의 발명품이 될 AI가 인간의 존재를 존중할지도 의심스럽다.
이렇게 급속하게 발전하는 인류문명 속에서 오히려 인류는 문명의 억압을 받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생활 속 긴장감은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고, 사회적 불평등에서 생기는 분노가 쌓이는 경우도 많다. 이제 인간은 쾌적한 환경에 만족하고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으며, 인간이 만물의 영장 자리를 내어놓아야 할 순간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약 46억 년의 장구한 지구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나타나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간은 지난 150년 동안 인간의 특성인 사고력을 최고로 발휘하여 지구환경을 손상하고 인간의 운명을 위험에 몰아넣는 경지에 이르게 했다.
이런 어려움에 부닥친 인류의 현재 상황을 점검해 보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미래를 위해서 인간이 나아가야 할 진로의 설정이 절실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접하는 외부 환경과 인간 내면의 세계가 극렬하게 대비되는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걱정이다. 어떤 삶이 진실한 건지 세월이 지나고 나면 대부분 밝혀지지만 당장은 판단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외부 환경에 순응해야 할지 아니면 용기를 내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로 인간답게 살아야 할지 현명한 선택을 위하여 확실한 인성을 쌓는 학습이 필요하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는 부유함의 교만에서 벗어나고, 부족함과 불평등을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는 인간이 요구된다. 과연 어떤 인성을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가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철학자나 사회과학자는 아니지만 급변하는 사회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면서 미약하나마 한 마디 외쳐보고 싶은 심정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울산대학교 미래모빌리티공학부 명예교수 장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