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나보다 나를 먼저 알고 있었다.
정식으로 문단에 적을 올린 지 20여 년이다.
그러나 내 이름으로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몇 번이고 기회가 있었지만 쉽게 서두르지 않았다.
이 늦음에는 망설임과 성찰의 시간이 보태졌다.
처음에는 수필을 썼다.
사람 사는 일의 기쁨과 슬픔, 사람 사이의 온기를 붙잡고 싶었다.
동화를 쓰며 아득한 순수를 빚었고,
소설을 쓰면서 인간의 고독과 침묵을 보았다.
어느 날부턴가 다른 작가의 작품을 대하면,
특별히 오래 머무는 문장 앞에 흔들렸다.
사유하고 고민했다.
평론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
이 책의 글들은 단순한 독후나 해석이 아니다.
문학 곁에서 오래 머물며 건네받은 마음의 기록에 가깝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났고,
어떤 인물 앞에서는 외면하지 못하는 삶의 슬픔을 발견했다.
문학평론과 동행한 지 10년이다.
이제는 함께 배운 시간을 모아 책으로 엮는다.
문학은 사람을 믿게 하는 힘이 있기에
앞으로도 문장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오래 들여다보려 한다.
부디 이 책의 한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에
잠시라도 머물러 갈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문학을 배우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