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도시를 산책하던 어느날, 골목이 얽혀있던 자리에 새로 들어선
거대한 오피스텔 지구를 마주했습니다. 그 장면을 마주하니 철저하게 계획되고 구획되어
재편되고 있는 도시 공간의 변화 속에서 골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정의가 새롭게 바뀌게
되는 날이 찾아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골목은 더 이상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을 의미하지 않고 거대한 스케일의 건물과 건물 사이의 통로를 뜻
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골목의 이미지를 가진 좁은 길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듯하지만
의외로 건물과 건물 사이 간격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같은 좁은 틈이
라고 하더라도 한쪽엔 낭만이, 다른 한쪽엔 왠지 모를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비단 과거에
대한 향수뿐만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기획전에 참여한 사진을 살펴보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골목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앞으로 변해갈 골목의 의미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202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