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집에는 항상 사각지대가, 열지 못한 창과 문이, 색 바래가는 마멸된 공간이 있다. 소설의 출입구란 시간과 기억이 그러하듯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변한다. 그 흐름 중에서 작가는 도저히 쓸 수 없을 것만 같던 이야기의 파편을 얼핏 붙잡는다. 죽은 사람이 죽고 없다는 상실이 변함없이 고정된 와중에도 그렇다. 죽은 사람을 생각하는 산 사람의 상처가 백지처럼 부드러워지고 탈색되어간다는 것은 진실로 서글프다. - 에세이 「이 소설의 주인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