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서해안의 한 섬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이 곳으로 와 있습니다. 2018년에 의사가 되었으니 어느덧 의사 7년차가 되었네요.
의사 생활의 시작은 인턴이었습니다. 저의 7년 의사 생활 중 가장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은 시기였죠. 당시에는 배우고 느낀 것들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머릿속 어딘가에 던져 두었습니다. 전공의가 되어서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일을 배우느라 한참 동안 기억을 꺼내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전공의 2년차의 어느 날, 문득 그때의 기억들을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생각보다 선명하게 그 때의 경험들이 남아 있었고, 하나하나 차곡차곡 글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조각들이 모여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인턴 이야기가 가장 많지만, 의대생 시절의 기억 역시 정체성에 영향을 미쳤기에 함께 담겨 있습니다. 또한 그 시절의 저는 몰랐지만, 현재의 의대생이나 젊은 의사가 알고 있으면 좋을 내용도 넣어봤습니다. 혹시나 누군가 궁금해할 수도 있는 의사의 군대 이야기도 살짝 첨가했습니다.
책은 총 5개의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파트1. 의대생에서 인턴까지>에서는 의대생 이시호의 허랑방탕한 의대생 시절을 다룹니다. 의대생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도 있고, 의대생이 의사가 되는 과정도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파트2. 전지적 인턴 시점>은 철저히 인턴 이시호의 시점에서 보는 이시호의 인턴 경험들입니다. 다수의 다른 인턴과 환자들도 함께 출연합니다. <파트3. 직장 생활은 처음이라>에서는 사회 초년생인 인턴이 병원이라는 새로운 큰 사회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파트4. 인턴에서 레지던트까지>는 인턴들의 진로 설정에 대한 조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파트5. 서해의 섬 공보의>에서는 따끈따끈한 공중보건의사 이야기도 담아봤습니다.
이 책을 이루는 글들은 이시호가 썼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습니다. 있었던 일만 적어둔 글도 있고, 감정이 듬뿍 실린 글도 있으며, 이것저것 훈수 두는 글도 있습니다. 철저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쓴 글들이니 어떤 이야기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재밌게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몇몇 이야기는 후배 의사들을 위한 내용에 치중되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굳이 의사가 아니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 시작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