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던 자리에서 출발한 책
새벽 5시 반의 교회 문은 늘 무겁다. 성도 서너 명이 자리에 앉아 있고, 반주자 자리는 비어 있다. 목사가 선창하면 성도들이 따라 부르지만, 음정과 박자는 절반쯤 가서 흩어진다. 예배의 의지는 충만한데, 소리는 따로 논다. 이 책은 그 자리에서 출발한다.
이전에는 이 빈자리를 채울 길이 거의 없었다. 반주자 한 명을 초빙할 예산이 없고, 찬양팀을 구성할 인원이 부족하고, 외부에서 곡을 의뢰할 비용도 부담스럽다. 개척교회·미자립교회·농어촌교회의 일상이다. 한국기독공보(2024) 통계로 100명 이하 교회가 전체의 70%, 30명 이하 교회가 41%다. 이 빈자리는 한국 교회 다수가 매주 마주하는 자리다.
그러던 차에 수노(Suno) AI를 만났다. 텍스트 한 줄에 1분 안에 완성곡이 나왔다. 우리 교회 새벽예배에 어울리는 어쿠스틱 워십이, 우리 주일학교 아이들 이름이 들어간 주제가가, 우리 묵상 시간에 맞는 BGM이 가능해졌다. 도구의 가능성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한 가지 깨달음이었다. 도구는 이미 있었다. 없다고 한탄할 일이 아니라, 청지기적 분별로 잘 쓸 일이었다.
이 책이 누구에게 필요한가
이 책의 1순위 독자는 반주자 없는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찬양사역자·주일학교 교사다. 매주 “이번 주 찬양 어떻게 하지”라는 부담을 지고 살아가는 사역자가 가장 먼저 읽었으면 한다. 음악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도 괜찮다. 영어 프롬프트가 두려워도 괜찮다. 이 책의 모든 워크플로우는 비전공 사역자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2순위 독자는 AI 도구에 입문하려는 일반 크리스천, 그리고 다국어 미디어 선교를 준비하는 선교사다. 부록 A부터 F까지가 그 분들을 위한 빠른 참조 자료로 짜여 있다. Ch14는 다국어 찬양과 미디어 선교의 첫걸음을 다룬다.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가
본문은 5개 PART, 14개 챕터로 구성된다. 도입부(Ch1~3)에서 책의 출발점인 빈자리와 도구를 소개한다. 전개부(Ch4~9)에서 음악 기초·프롬프트·실무 적용을 다룬다. 심화부(Ch10~11)에서 후반 작업과 미디어 자산화를 안내한다. 마무리(Ch12~14)에서 저작권·신학적 정렬·다국어 선교까지 확장한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당장 필요한 챕터(예 : 주일학교 주제가가 급하면 Ch6)부터 펼쳐도 무방하다.
이 책 안에는 “사역 노트”가 담겨 있다.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견한 1인칭 경험 10가지다. “Pop song”으로 시작했다 무너진 첫 곡, “Epic Worship”이 부른 풀 오케스트라 사고, “No Drums”가 더 또렷한 드럼을 부른 역설 — 도구를 쓰면서 만나게 될 상황을 미리 일러두는 자리다. 부록 G에서 인덱스로 한꺼번에 볼 수도 있다.
부록 A~F는 빠른 참조용이다. 장르별 프롬프트 템플릿(A), 교회 연간 행사 음악 가이드(B), 메타태그 전체 일람(C), 추천 도구 목록(D), AI 보컬 아티팩트 진단표(E), 수노 응급처치 FAQ(F). 본문을 다 읽지 않아도 부록만으로 즉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한 가지 약속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다. 매주 주일과 새벽을 책임지는 한 목회자가 직접 도구를 검증하고 정리한 실무서다. “내가 안 되어 본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가 한 가지 약속이다. 모든 챕터의 프롬프트, 모든 워크플로우, 모든 사역 노트는 우리 교회 강대상과 노트북 사이에서 만들어졌다.
도구는 이미 있다. 두려워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새벽예배의 빈자리 앞에서 한 번이라도 아쉬움을 가져본 사역자라면, 이 책의 어딘가에서 자기 자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지철 목사 (예예파파)
2026년 봄, 새벽예배가 끝난 어느 책상에서 -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