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았습니다
우울증 약을 먹지 않아
심한 오한이 찾아왔습니다
추위를 견딜 수 없어
너에게 갔습니다
너는 매몰차게 돌아섰습니다
너의 등 뒤에
헤어진 단어들을 새겨 넣었습니다
곧 멸종할 우리를 위해
길게 늘어진 그림자 위로
마지막 단어를 몰래 그려 넣었습니다
2026년 6월
김균탁
고백은 언제나 따가웠다
혀끝을 맴돌다 죽어 버린 말들과
세상에 나와 숨어 버린 말들이
무덤을 배회하며 춤을 추었다
죽은 내가 일어나 잃어버린 말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끄적거렸다
시가 되지 못한 말들이
목구멍에 걸린 꽃잎처럼
혀끝에 아른거렸다
아직 덜 무르익은 혀가
바닥에 떨어져 과즙을 터뜨리고
따가운 햇살에 녹아 사그라들었다
고백하지 못한 말들이 무덤 속에서 걸어 나왔다
2024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