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바다에서 뿜어나오는 해초 냄새가 좋고, 숲의 나무가 뿜어내는 향기를 맡는 것도 좋다. 넓게 트인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좋고, 아무데나 피어있는 들풀을 보는 것도 좋다. 숲속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걷는 것도 좋아하고, 해안으로 이어지는 올레길을 걷는 것도 좋아한다. 가을의 낙엽 떨어진 숲길도 좋고, 겨울의 눈덮인 들판을 걷는 것도 좋다. 하물며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를 걷기도 하고, 세찬 비바람 속에 우비를 입고 걷기도 한다.
올레길과 둘레길을 걸으면서 여기저기 끄적인 몇 가지 생각들과 마음에 담겨진 몇 가지 기억들을 여기에 모아보았다. 시인으로 교육받지 않아도 제주도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조용히 바다를 응시할 줄 알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기만 한다면 제주도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나의 사랑 제주’라고 시집의 제목을 달면서, 내가 언제부터 왜 제주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몇 가지 떠오르는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다른 곳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이유들이다. 사랑함에는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그냥 제주가 좋다. 제주를 사랑함에는 이유가 없다. 나는 그냥 제주를 사랑한다.
제주를 다니다 보면 너무나도 예쁘고 개성있는 서점들을 만나게 된다. 제주서점지도라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자연생태계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이들 독립서점들은 일종의 책방생태계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 서점에 들르면 제일 먼저 손에 잡히는 것이 시집이었다. 하나의 시집에 수록된 시라고 할지라도 모든 시는 하나의 독자적인 내용과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짧은 시간뿐이 없어도 하나의 완결된 작품들을 읽을 수 있다. 멋진 시 구절을 손글씨로 적어 책장 사이에 걸어놓은 서점도 있다. 이러한 제주책방의 감성이 나의 내면에 조금씩 차곡히 쌓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제주의 독립서점들은 나의 내면을 메마르지 않도록 해주었다. 나의 첫 시집 ‘나의 사랑 제주’를 제주도의 독립서점을 지키는 모든 책방지기들에게 바친다.
개정판이 출간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개정된 법령과 새로운 판례를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목줄의 길이를 2미터 이하로 규정하는 등의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 규정이 올해 2월 11일부터 시행되었고, 많은 내용이 추가된 「동물보호법」 개정법률이 올해 4월 26일에 공포(시행은 2023년 4월과 2024년 4월)되었기 때문에, 최신 개정 법령을 반영한 3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을 반려견 법률상식이라고 붙이기는 하였지만 사실 목줄의 길이를 포함하여 외출시의 주의사항 등 몇 가지만 알면, 반려견을 키우는 데 있어서 법과 관련된 것들에 신경쓸 필요는 크지 않다. 그러나 반려견을 행복하고 즐겁게 그리고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제도적 환경도 중요하다. 반려견의 분양, 양육, 치료, 복지, 권리 등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법령에 규정되어 있고, 이러한 법령이 잘 정비되어 있어야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좋아지는 것이다.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반려견에 관한 정책과 법령에 관한 지식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반려견 친화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어야, 지방자치단체나 국가에 반려견 관련 제도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아는 만큼 개선할 수 있다!’ 또는 ‘아는 만큼 개선을 건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에 있어서 후보자들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공약을 발표하는데,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동물복지 공약을 꼼꼼히 따지고 그 이행을 모니터링하여야 한다. 물론 당선 이후에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지난 공약의 이행 여부를 해당 정당에 따질 수 있고 다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직 후보자가 속한 정당은 공약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으며 정당에서 선출되는 공직 후보자들도 공약을 무시할 수는 없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변변한 동물복지 공약도 내지 못하는 공직 후보자를 1,500만 이상에 이르는 반려인 유권자들이 뽑아줄 리가 없다. 유럽이나 북미 국가의 경우에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동물복지의 수준이 향상되었다. 따라서, 동물복지 공약을 요구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을 정도의 반려견 법률상식도 반려견을 잘 키우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취지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집필하고 개정하고 있으며 또한 반려동물의 처우 개선은 국가 선진화의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름 동물법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동물을 존중하는 사람이 인간을 존중하며,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인간도 함부로 대한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제공하고 제3판을 준비함에 있어서도 많은 응원을 해 주신 김강산․김희영․마서영․박일영․유은희․이은주․장경식․정영숙․지수현 님에게 감사한다. 또한 이 책을 개정하는데 도움을 주신 김기태 교수와 문효정 변호사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개정판 발간 후 2년 만에 제3판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피앤씨미디어의 박노일 대표와 멋진 편집을 해주신 심성보 이사의 수고에 감사한다.
2022년 4월
서귀포 파랑재(波浪齋)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