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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허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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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생각보다 가까운 기억>

너와 맞닿은 입술은

분수에 맞게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살아왔던 삶에서 좋아하는 것이 정말 없었을까? 아니다. 나를 움 틔운 것은 분명 있었다. 다만, 부끄러웠다. 그 시절 내 앞에 좋아하는 마음들은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데 “나 이거 진짜 좋아해!”라고 힘주어 말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어색한 웃음으로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그 순간을 도망 나왔다. 그러다 목청이 아프게 닳도록 아이들 이름을 부르고, 행복한 순간 때문에 그리워하는 생각마저 시들고 있었다. 자신을 걱정하느라 먼지처럼 가볍고 가난한 취향을 가진 사람, 나는 애 셋 키우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따뜻하게 안아주는 대신, 채찍질만 하는 나 자신에게 미안한 인생이었다. 나를 감추려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 예!” 인간적인 노력을 하느라 예의를 갖추었다. 내가 잘못한 것으로 여기려 했던, 모든 표현이 어리숙했던 것이다. 다행히 식구가 없는 빈집에서 나는 어렵지 않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아무 때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혼자 뭘 하는지, 쓸쓸하지는 않은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꺼리는 나를 언제나 다치지 않게 위로해 주고 싶었다. 지금에서야 그런 적 없는, 그런 것처럼 행동했던 오해를 그만 미안해하려고 한다. 언제나 한결같이 반짝이는 착한 감성으로 생각하고, 가난했던 지난 기억들을 모아서 비밀수첩에 그림을 그리듯 다양하게 옮겨 써 보았다. 적다 만 미완결 상태의 인생 숙제로 남겨두고 싶지 않은 책이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겹겹이 쌓인 이야기 사이에 숨어 있는 옛 기억들을 더듬어 하나씩 발견해 주신 박희주 회장님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훌쩍 가버리는 생활에 쫓겨 하루가 바쁘게 느껴진다. 이 길을 찾아 글을 쓰고 있는 엄마를 온 마음 다해 장미꽃같이 바라봐 주는 아이들을 팔 벌려 안아주고 싶다. 남아 있는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애정 어린 충고를 통해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수고를 해주신 청어출판사 사장님과 직원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2023년 12월

붉은 심장뿐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흘렀다. 이름조차 부르지 못한 채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은 뒷모습조차 미웠다. 서운했던 시간들과 화해하는 일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하고 싶던 사랑을 새로운 날, 새로운 희망 속에서 수없이 되뇌었다. 새 희망이 서린 사랑은 그렇게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우리는 쉽게 보내지 못하고, 차마 내려놓지 못한 채 편치 않은 시간 속에서 허덕였다. 그 방황의 틈에도 이루고 싶은 것, 이뤄내고 싶은 꿈들이 여전히 많았다. 변화하고 싶은 감정에 휩싸이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첫사랑의 흔적처럼, 조용한 약속처럼. 다음 날 아침이 되어 말수가 줄고, 머릿속에서 만남과 이별이 점점 흐릿해져 간다 해도, 마음만은 줄 수 있는 사랑으로 남기를. 고단한 마음을 지켜주는 그런 사랑이 곁에 머물기를 바란다.

삶은 내 안에 있어요

사는 의미를 생각하며 어디론가 나를 데려가고 싶었다. 그리 멀지 않은 유의미한 시간을 맞이하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기억을 꺼내 자신만의 색을 칠하듯 돌이켜보았다. 언어의 도화지를 무엇으로 채울지 모를 공백들, 그 공백에 진실을 맡기고 먼 생각의 파노라마를 떠올렸다. 사랑하는 어떤 순간에는 신기하게도 자신의 인생이 아름답게 보인다. 단정한 듯 관능적인 다음 장면도, 사적인 자신을 조금씩 틔우며 만나는 것이기에 귀했다. 하루의 공기 속에서도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다른 생각을 만나는 것도 좋았다. 마루가 삐걱거리도록 방을 닦던 시절, 때늦기 전 잃어버린 빛깔이 있었다. 어릴 적 내면의 감성으로부터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드리울수록, 인식의 또 다른 벽을 넘어 생각하게 되었다. 타인의 소음에서 벗어난 시간을 보내고, 꽁꽁 언 겨울나무 같았던 제련의 시간을 지나왔다. 오고 가는 삶에서 얻어가는 것들을 다양한 시선 한편에서 이어지듯 썼다.

생각보다 가까운 기억

더해져 오는 지난날을 디딤돌 삼아, 하나씩 찾아오는 배움의 평범한 일상들을 도시 속에서 오가며 차분히 담아내고 물들인다. 묘하게 발그레한 빛이 애정으로부터 쏟아지면, 나는 그 시절 기억으로 돌아간다. 오는 계절은 빨갛게 달아오르는 메시지처럼, 그대로 느낄 이름으로, 그린나래의 모습으로, 가물거리는 자욱한 안개처럼 모여 그윽하게 그려진다. 누군가를 위해 그림 앞에 비춰 서보듯, 나름의 내어진 감정을 생각하며 끊임없는 생의 모순과 애愛를 채울 이야기를 떠올린다. 마음 바치듯 이어가, 오래 남을 기록처럼 썼다. 그러다가 영원한 안개처럼 사라지지 않는 생각은 그보다 가까운 기억으로, 애정으로, 신비로 남겨진다.

서로가 가던 길에서

봄을 생각할 때만 잠깐 웃고, 여름에서 가을과 겨울을 바라보고 있다. 걸어 다니며 보이는 날씨와 계절이 감지되고 어디선가 아파하면서 모진 말이 소리가 되어 들린다. 고개 숙여 관심받지 못했던, 처음부터 이해하지 못하고 소리 없는 말이 오가는 것을, 끊임없이 화내지 않고 말하는 법을 알기라도 하듯이. 대단한 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조금씩 조금씩 평온한 봄부터 쓰기 시작한 글에는 뼈까지 시린 겨울철 과거에 나도 그대로 기록되었다. 소중한 뜰 여기에는 나 나름의 문장으로 써 보았다. 배우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었다. 닮고 싶은 사람의 책, 궁금한 분야 강의 관련 책 등을 찾아 읽었다. 하나같이 잘해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긍정적인 마음만 가지면 성장하고 성공한다고. 성공담을 나열하는 책을 읽으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무엇보다 그때의 나처럼, 누군가의 간절한 조언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나는 영화나 음악 미술도 좋아하지만 나다운 책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읽고 감동을 느끼는 편이다. 대화가 오갔던 자리로 돌아가 행복해하며 평온히 지낸 다치지 않은 특별한 기억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삶은 가을을 향해 익어가고, 아무 말 없이 낙엽이 흩날리는 10월 마지막 날이다. 지금에서야 온 마음으로 소홀했던 후회하는 그때를 떠 올리며 못내 아쉬운 마음이다. 이젠 되돌아갈 수도 없는 길이 되었지만, 가파른 한 계단 오르기도 버겁던 목표한 산을 묵묵히 오르는 마음이다. 2023년 12월

장미의 계절이 오면

따스한 꽃이 피고 지는 봄날, 그림을 그리는 마음으로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붉은빛이 하늘 가득 퍼지고, 오렌지빛으로 물든 일상에서 하루가 저물기 전의 풍경을 누군가와 함께 바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명확히 말을 건네지 못하는 마음은 노을에서 달빛으로 스며들었다가, 이내 공허함으로 번진다. 온 마음을 다해 이야기하듯 세상에 피어난 꽃들은 바람결에 흔들리며 내 슬픔을 살며시 건드려 애틋했다. 되풀이되는 삶 속에서 우리는 감정을 흘려보내고, 오래도록 간직한 기억 속에서 잊지 못할 하나를 놓아주고, 또 다른 하나를 채우며 그렇게 하나씩 배워간다. 여전히 새벽이면 자연스레 눈이 떠진다. 창밖으로 붉은 햇살이 스며드는 그 순간이 고맙다. 그럴 때마다 당신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스스럼없이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찻잔에 남겨진 느낌

사람이 진정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깨닫기까지, 그 지난한 시간들은 절박한 비밀처럼 마음속에 감추어졌다. 인생이라는 깊은 숲속에 미처 자라지 못한 채로 던져지면서 우리는 어느새 사랑을 잃곤 한다. 그럼에도 그 숲에 머무를 수 있는 건, 아직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던 날들엔, 마치 먼 여행길을 나서듯 눈앞의 틈을 비집고 사랑의 가능성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 모습은 애처롭고도 가여웠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마음은 더욱 거칠게 쏟아지고 생각은 끝없이 재생되었다. 삶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마주했던 하나의 점은 이제 잃을 수 없는 별빛이 되었다. 유목민처럼 떠돌던 긴 여정을 끝내고, 이제는 내 인생을 온전히 살아내야 할 시간. 그 시간의 한가운데, 내 마음 깊숙이 다가오는 수많은 짝사랑 같은 것들이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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