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시를 썼지만 생전에 시집을 내지 않고 떠난 시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본다. 시집을 낸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사치가 분명하다.
그 어떤 사람의 요청에 의해서 시집을 낸다는 것 또한 핑계로 포장된 사치이고 보면 비판받기 딱 좋은 말이다.
숨김없이 내 속내를 드러내어 말하면 나는 언젠가는 시집을 내고 싶었다.
증조부 생전에 우리 집에는 시인묵객들이 많이 왕래했다는 소리를 어릴 적부터 기억하고 있어서일까?
서원書院에 증조부의 시 한 수가 걸려있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아서였을까? 나는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대학교 1학년 때 고故예종숙 교수로부터 시문학의 지도를 받아 1972년 8월호 【풀과 별】지에 두 편의 졸작拙作이 실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무지한 나에게 용기를 주기 위함일까. 금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로 구성된 편집위원들과 고故이철균 선평위원으로부터 격려와 함께 호평을 받았다.
그 후 40년 동안 편작片作을 하면서도 운명적으로 시詩와는 다른 글을 써야만 했었다. 설교 사역은 절대로 성경 해석의 원리의 궤도를 벗어나는 글은 용납지 않는다.
이런 나에게 다시 시詩를 쓸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 착각의 시학 대표 시인 김경수 님과 시인 이늦닢 님께 이 땅에 있는 모든 수사를 다하여 고맙게 생각하며 분수分數에 넘치는 과찬으로 격려해 주신 전前 총신대학교 총장 정성구 박사님과 숭실대학교 제12대 총장 김대근 박사님께 나의 존경과 사랑을 다하여 감사드린다.
이 시집을 애써 엮어주신 킹덤북스(Kingdom Books) 윤상문 대표님께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모진 세월 거느리고 나를 이만큼 되도록 하신 나의 어머니 고故 엄분연 권사님과 이 세상 이만큼 살다가 나보다 먼저 떠난 고故 이필숙 사모님께 당신이 사랑했던 아이들과 함께 이 시집을 고이 들어 바친다.
2019. 3. 21 신림동 고려신학교 총장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