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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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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나는 속물이야>

나는 속물이야

나는 글밭 가꾸는 농부다. 부지런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이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건 참 우연한 일이다. 30년 전 남편의 엄청난 교통사고로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부터다. 새파란 35세의 아이 같은 어른인 나는 머리를 크게 다쳐 백치가 된 남편과 어린 남매의 보호자가 되었다. 내 인생에서 그 구간은 참으로 쓰디쓰고도 혹독했다. 밤낮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눈물 바람으로 헤매던 어느 날, 나는 하루의 일과가 끝난 후 노트를 펴놓고 끄적이기 시작했다. 서럽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마음을 그렇게나마 쏟아놓고 싶었다. 고통의 무게가 짓눌러오면 나는 무언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그때마다 노트를 펼치곤 했다. 그런 극한 상황에서 글쓰기는 내게 숨구멍이었고, 위로였고, 또 다가올 하루를 버티어낼 에너지였다. 만 8년여의 긴긴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오랜 담금질 끝에 건져 올린 어쭙잖은 글쓰기는, 나를 세상 밖으로 인도하였고 또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다. 나의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새 글밭에서 일한 지 어언 25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나름 자갈도 고르고 잡풀도 뽑아주지만 여전히 나는 어설픈 농부다. 오래전부터 틈틈이 써 온 글들을 이번에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퇴고와 편집을 하다 보니 고향 바라기 아니랄까 봐 여러 편의 글에서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기억들이 스쳐있다. 어두운 글은 빼버렸지만 상흔이 묻어있는 글도 더러 눈에 띈다. 오래된 글도 몇 편 욱여넣었다. 막상 내 언어로 된 수필집을 세상에 내놓자니 부끄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이 기쁨을 평생 내 그림자로 살아온 작은언니와 사랑하는 딸, 아들, 그리고 새 가족이 된 사위와 함께하고 싶다. 끝으로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적시는 따뜻한 글이었으면 좋겠다. 2023년 가을 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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