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픽션과 단편, 중편을 묶어 한 권의 소설 창작집으로 출판한 사례는 없는 것 같아 약간 고무되기는 했다. 미니, 단, 중편을 한데 묶은 작품집이 어쨌든 작가 글쓰기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어줍지 않은 자긍심이 들기도 했다.
단편 두 편은 문학 지면을 통해 이미 발표한 작품들이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지금까지 발표한 내 작품 속에 조선족이나 제3국 여성 등장인물들이 한국에서 겪는 고초와 갈등 소재를 하나로 묶은 것에 의미를 두었다.
중편 세 편도 오래전에 문학지를 통해 발표한 작품을 이제 한 권의 책속에 갈무리를 하게 되어 살아 있는 글이 된 셈이다. 중편 중 ?죽도의 푸른 갈대?는 조선 선조 임금 때 문신 정여립의 모반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그의 모반 사건은 조선 최대 사화인 기축사화의 시발이었다. 그 사건을 두고 지금은 의혹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상당 부분 늘어나고 있다. 그 진위를 밝히고 조명해야 할 무게는 당연이 학자들의 몫이지만 작가 나름의 의지를 표명한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