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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성선경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0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창녕

직업:시인

최근작
2026년 1월 <풍죽>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

봄이 왔다고 저 꽃잎에 집적대는 벌 나비 나는 못 본 척하리라 꽃이 피는 소리 꽃이 지는 소리 나는 못 들은 척하리라 천둥같이 저기 산이 무너지는 소리 강이 넘치는 소리 나는 정말 못 들은 척하리라 가슴에 저 혼자 외로운 낙타 한 마리를 키우리라

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면 가장 좋은 말이 안분(安分)이다. 하늘과 땅, 부모, 형제, 그리고 곁을 준 여러 분들의 덕분으로 산다. 꽃과 나비가 그러하고 까치와 버드나무가 그러하고 달밤과 벗이 그러하다. 생각하면 가장 좋은 말은 곁을 준다는 말 나도 이제 선선히 곁을 주고 싶다. 그대에게, 그대의 그대에게.

모란으로 가는 길

내 시(詩)의 뼈와 살들은 먼 곳에서 온 것이 아니다. 눈만 뜨면 내 귀에 딱지가 앉고 내 눈에 화살로 와 박히던 저 슬픈 말씀의 못자국들 저 못자국들이 내 몸을 이룬 것이다.

몽유도원을 사다

나는 내 詩에서 간자반처럼 소금기가 느껴지길 원한다. 내 살아온 날들의 눈물과 땀과 소금발의 냄새가 간자반처럼 짭짤하게 느껴지길 원한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육 남매의 맏이로 그렇게 살아온 날들이 눈물처럼 안개처럼 은은하게 번졌으면 좋겠다. 가끔 산다는 것이 땅강아지같이 느껴질 때 살맛이 없어 입맛조차 잃었을 때 문득 그리워지는 간자반처럼 문득 그리워지는 바다처럼.

민화

나쁘게 보아 내치려면 잡초 아닌 게 없고 예쁘게 보아 보듬어 안으려면 모두가 다 꽃이다 이젠 짙고 옅음도 경계가 흐릿하다 내 화단의 남천이 올해는 더 무성하게 자란 듯 비바람과 우박 서리를 다 견딘 저 나무 열매가 참 붉기도 하다.

서른 살의 박봉 씨

지나온 길들은 따뜻하다 아득하여서 너무 아득하여서 안개 낀 날의 걸음처럼 허둥대던 길들도 이제는 흑백사진처럼 따뜻하다 不感 다시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흔들리며 흔들거리며 다시금 돌아보는 내 삼십대의 기억들도 잘 아문 상처처럼 뭉클하다 이젠 자유롭게 날아가 새가 되기를 새가 되어 망각의 저 자유로운 길이 되기를 바랐던 詩들을 모아 다시 무거운 집을 만든다 혹여 지나가는 과객이라도 찾아들면 하룻밤 따뜻한 잠자리가 되길 빌며 2003년 4월

풍죽

세속에서 말하기를 사람이 대나무와 멀어지면 속되게 된다는데 나는 그동안 얼마나 멀어져 왔나? 정신을 가다듬어 보니 벌써 흰 머리칼이 눈 덮인 산정 같다 내후년이면 벌써 등단 40년 대나무 마디를 세듯 하릴없이 자꾸 나이만 헤아리게 된다 바람이 일렁이는 댓잎 소리와 내 얼마나 멀어져 왔나? 다시 세상이 아득하다.

햇빛거울장난

한 시간 한 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모여 일생이 된다면 이 참 엄청난 일이다 생각되다가 꽃도 잎도 다 지난 지금 이제는 그 모든 게 흐릿해져서 모두 신의 장난 같다 한 줌 햇살에 나앉아 젖은 영혼이나 널어 말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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