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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용목

출생:1963년, 전남 벌교

최근작
2026년 7월 <실로암이 있어서 다행이다>

실로암이 있어서 다행이다

저는 1992년 1월, 실로암사람들의 1기 전임사역자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3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실로암 소식지에는 1991년 7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소식지는 월간에서 격월간으로, 지금은 계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매달의 시간을 새기듯, 때로는 숙제처럼 써 내려간 글들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그렇게 모인 글들은 2002년 11월, <함께 가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제게는 첫 번째 책이었고, 동시에 실로암의 시간을 담아낸 기록이었습니다. 이 책의 첫 번째 독자이자 가장 자주 읽는 독자는 저 자신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오래된 앨범을 꺼내 보는 것처럼 아련한 기억이 되살아나고, 그 시절의 사람들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짧은 글 속에는 긴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그 시간은 저를 다시 세우기도 하고, 조용한 미소를 짓게도 하며, 잊고 지내던 마음을 다시 일깨워 주기도 합니다. 이번 개정판은 실로암사람들 50주년을 맞아 준비했습니다. 50주년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내다보는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실로암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오래된 글들을 다시 읽으며 부끄러움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그때의 저였기에 외면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과거는 지워야 할 시간이 아니라,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개정판을 내며 책 제목도 <실로암이 있어서 다행이다>로 바꾸었습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과 배경은 모두 실로암이며, 담긴 이야기 또한 모두 실로암사람들의 삶입니다. 새롭게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사역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받아쓰기’한 기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는 저 혼자가 아니라 실로암사람들 모두입니다. 함께 울고 웃으며 걸어온 시간들이 한 편 한 편의 글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2002년 말부터 2026년까지 실로암 소식지에 실린 글을 모아 두 번째 책 <아픔을 직시하는 힘이 아픔을 넘는다>도 함께 펴내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책이 실로암과 함께 걸어온 시간을 담았다면, 두 번째 책은 장애인과 함께 살아오며 배우고 깨달은 마음들을 담았습니다. 끝으로, 실로암사람들의 이름으로 벗이 되어 주신 회원과 직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함께 시간을 견디고 길을 만들어 온 동역자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장애인 선교의 길로 이끄시고 한결같이 붙들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당시의 시대와 상황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당시의 문맥은 유지하되, 오늘의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문장을 다듬고 제목을 새롭게 붙였습니다. 이 책이 실로암사람들의 삶을 기억하는 작은 기록이 되고, 장애인 선교와 하나님 나라를 향한 길 위에 작은 디딤돌 하나 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천천히 온다

카프카는 인간의 성급함과 태만함을 경계했다. 성급함이 시간을 앞당기려는 욕망이라면 태만함은 시간을 늦추려는 욕망이다. 성급한 사람은 기다릴 줄 모르고, 태만한 사람은 한없이 기다리기만 한다. 만물에는 자신만의 시간표가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봄꽃이 피고 지면 능소화와 백일홍이 찾아온다. 필요한 만큼의 햇빛과 비와 바람이 깃들어야 사과의 맛이 든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향기와 맛과 아름다움은 시간의 나이테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 책은 30년째 한 가지 일을 해 온 사람이 50대의 마지막 1년을 살아온 이야기다.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하다. 재주도 일천하고 감각도 무디어졌지만 글쓰기를 이어가는 것은 연약한 이들의 삶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믿음 때문이다. 아울러 연약함을 자신의 몸으로 감당해 온 이들에게 살아주어서 고맙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먼저 실로암사람들에 감사한다. 실로암사람들은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시선을 선물해 주었다. 이 책은 세상의 화려한 불빛에 가리어져 보이지 않는 이들을 찍은 스냅사진과 같다. 시간이 흐른 뒤 이 책을 통해 누군가를 기억해 내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한결같은 사랑과 격려로 용기를 주신 시와사람 강경호 시인과 저를 위해 늘 기도하시는 동역자들과 부모님께 감사한다. 2023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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