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텃새들과 함께 자랐습니다. 뒤꼍 대나무밭에는 대나무 잎사귀만큼이나 많은 참새들이 살았고, 울타리 너머 감나무에서는 늘 까치들이 우리 집을 기웃거렸습니다.
어른이 된 후에는 서산에서 철새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서산에는 호주에서 시베리아까지 오가는 철새들의 휴게소인 천수만이 있습니다. 천수만에는 먹을거리가 많아서 여름 철새인 백로와 왜가리가 한겨울에도 떠나지 않고, 겨울 철새인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가 한여름에도 떠나지 않는답니다.
어느 날, 그곳에서 뿔논병아리 한 쌍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일하는 사이사이 사랑했고, 사랑하는 사이사이 일을 하며 새끼를 키웠습니다. 그 사랑이 숭고하게 다가와 동화로 써 보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였습니다.
《‘하얀’ 검은 새를 기다리며》는 까치 방울이와 방울이의 친구들, 그리고 하얀 새 미루의 이야기입니다. 새끼 까치는 스스로 먹이를 찾을 줄 알게 되면 숲으로 이동해 또래끼리 잠자리 무리를 이루며 성장합니다. 잠자리 무리를 이루기 위해 떡갈나무 숲으로 간 방울이와 까돌이는 자신들과는 다른 하얀 새 미루를 만납니다. 낯선 것을 경계하는 까치들은 미루에게도 날을 세웁니다. 그러나 미루는 어린 까치들을 이해하며 삶의 지혜를 알려 줍니다. 방울이는 미루를 좋아하지만, 안타깝게도 떠돌이 새이기에 가까이 할 수 없지요.
이 동화는 새들의 생태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텃새와 철새들의 삶과 사랑, 갈등을 그렸습니다. 서로 싸우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새들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청어람주니어 서경석 대표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대표님의 아낌없는 조언에 감사드리며, 삽화를 그리기 위해 천수만까지 다녀오신 장경혜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어린 날 함께 했던 텃새들과 어른이 되어 함께 했던 천수만의 철새들, 그리고 서산의 소중한 인연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
《‘하얀’ 검은 새를 기다리며》의 새들을 비롯하여 나를 둘러싼 모든 인연은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면 더 좋은 동화가 될까, 조금 더 다듬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더 묵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상은 언제나 높이 있음으로 현실은 언제나 불만족스럽지만,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에 간식거리라도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세상에 내놓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아동문학에서 생태학적 상상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동문학의 미학이 시점의 다양성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를 비롯하여 강아지, 토끼, 오리, 까치 등 동물이나 나무, 민들레, 봉숭아, 해바라기 등의 식물과 무생물까지,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문학은 어린이 독자들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들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넘어서는 깨달음의 희열을 준다.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킬 수 있는, 상식을 넘어서고, 논리를 넘어서는 어린 왕자와 같은 인물들, 토끼와 강아지, 오리와 같은 인물들의 눈에 비친 세상 이야기는 독자에게 읽는 재미와 함께 내면에 잠복해 있던 동심을 깨워주며 역지사지로 ‘~되어보게’ 하면서 새로움에 눈뜨게 하고 행복으로 안내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까지도 성찰하게도 한다. - 머리말에서
그동안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98학번으로 대학교에 입학하여 꼬박 10년을 공부하였다. 공부하고 보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내가 공부하느라고 동동거리는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고 훌쩍 커버렸다. 자식이 효도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어미가 사랑으로 잘 키우고자 하나 아이들 역시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러고는 허락된 시간을 몰라서 성급하게 굴었다. 나름대로는 잘 키운답시고 한 행동들이 아이들을 아이들답게 하지 못하고 애어른이 되게 한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 때문에 자기주장도 못하고 참기만 하면서 어른 흉내를 내며 자라야 했다.
나로 인하여 억압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랐을 아이들 유진이와 현중이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 세상의 어머니들이 나처럼 아이를 억압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 세상의 아이들이 타고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밝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
귀향한 지 6년 차, 시골에서 청계 다섯 마리를 키우며 텃밭을 글밭 삼아 가꾸며 살아간다. 흙이 정겹고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가 정겨운 문화마을 목천리, 청년이 6~70대인 노령마을이라서 나도 부녀회장을 맡고 있다.
감사하게도 그동안 틈틈이 써 두었던 글을 묶는다. 묶어놓고 보니 수필집이라고 해야 하나, 산문집이라고 해야 하나, 오래된 글에서는 묵은내도 나는데, 갓 짠 들기름 같은 고소한 향내를 풍길 방법은 없을까. 동화처럼 현재 시점으로 다시 구성하여 과거를 시간 변조하여 끌어오면 될 것 같은데, 궁리하다가 이 많은 글들을 언제 바꾸나, 생각만으로도 아뜩해서 묵은내 나는 대로, 꼬질꼬질한 대로 세상에 내놓는다.
묵은 글들이 대부분 고난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쓴 것들이어서, 알록달록 예쁘지도 않거니와 당시 글쓰기는 고난을 이겨내는 방편이었던 터라 산문집으로 묶기로 했다. 묶어놓고 보니 남편에게 미안한 글이 되고 말았는데, 이제는 그 시간이 축복의 통로였음을 알아 안쓰러운 마음 나누며 살아간다.
결혼하고 30여 년, 부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다름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속 좁은 나에겐 힘겨운 일이어서 주변을 힘들게 하고 내 몸까지 혹사시켰다. 암을 두 번이나 앓았고, 여기저기 장기들이 사라졌거나 흉터가 생겼다. 그러고 보니 현대 의학에도 참 많은 신세를 졌다.
주눅과 열등감 덩어리였던 나로 인해 힘들었을, 이제는 안 계신 시부모님께 속죄하는 마음 간절하다. 시어머님이 이렇게 그리울 줄 미처 몰랐다. 학교 다니는 동안 서울행 첫차를 타는 나를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기 위해 새벽부터 고생한 남편도 고맙다. 미움으로 눅눅했던 마음은 시간이라는 볕에 말려 보송보송해졌으니 시간은 분명 명약임에 틀림없다.
눈곱만큼도 예측할 수 없었던 미래와 이해할 수 없었던 당시의 고난을 함께 견뎌온 딸 유진이와 아들 현중이에게도 고맙다. 그 시간 두 아이는 나에게 오염되지 않는 참사랑을 실천으로 보여주었고 가족의 소중함도 일깨워주었다.
내 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은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재료였음을 깨닫는 오늘의 일상에 감사하다. 혹시라도 나처럼 편협한 인식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 실린 글이 친구가 되어주길 소망한다. 부족한 글 꼼꼼하게 살펴봐 주신 박덕규 교수님께도 감사한 마음 전한다.
모든 건 은총이었다.
2025년 8월
문화마을 목천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