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계신 분들이 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이신지,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가 있는 분인지, 특수교육을 하고 있거나 하려고 하는 분인지, 그냥 특수교육을 알고 싶어서 처음 접하는 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에서 그런 ‘천사’, ‘희생’, ‘봉사’와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셨다면 아쉽게도 그런 이야기는 없습니다. 대신 특수교육을 받고 있지만 다른 또래 아이들과 똑같이 각자의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땀 흘리고 고민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했습니다.
저는 이 책이 대단한 위인의 전기처럼 읽히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대단한 능력을 갖춘 (극소수의) 아이들을 소개하고 ‘봐라! 장애인도 이렇게 할 수 있다.’라며 (장애인도 저렇게 하는데 사지 멀쩡한 너는~, 같은 방식으로) 기를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희생정신 투철한 부모님을 소개하며 (‘자고로 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은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며) 높은 수준을 제시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열정적인 교사들을 소개하면서 (이 정도가 특수교사의 클래스야.) 동료 교사들의 입이 떡 벌어지게 하고 싶지는 더더욱 않습니다.
대신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들에 웃고, 장애 학생들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구나.’, ‘다른 부모들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선배 부모들은 이렇게 지나갔구나.’ 하며 위로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특수교사들의 고민과 노력하는 이야기를 통해 ‘특수교육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구나.’ 특수교육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학교 밥을 먹으며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함께한 아이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동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러나 고유한 존재인 그들이 나를 중심으로 재해석되어 활자로 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순수하게 제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썼습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이름은 모두 이니셜로 대신했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읽히기를 기대합니다. 특수학교와 교실을 살짝 엿보시길 바랍니다. 부모님들과 교사들의 생각과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웃음이, 때로는 눈물이 핑 돌지 모르겠습니다. 공감하고 응원해주십시오. 그저 특수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또 하나의 세계가 앞으로도 계속 잘 돌아가기를, 나아가 특수교육이 우리의 생활과 동떨어진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 보통의 일임을 알아가기를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