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작업 전 이젤 앞 의자에 앉아 기도합니다.
“하나님, 제 기억에 남은 모습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라고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제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실로 밑그림을 그리고, 핀으로 고정하고, 청바지를 덮어 채색을 하는 제 작품 과정이 다른 작가들과 다르기에 그만큼 두려움도 있습니다. 잘 표현되었는지, 채색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큽니다. 그러나 그만큼 기대감과 자신감도 무럭무럭 자랍니다. 내가 상상한 계절의 얼굴을 모두 함께 확인하고, 작품 속에서 계절이 관람객을 만나서 수많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흥미롭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있을까요.
이 책 한 권에 부족하나마 제 창작 생애와 사고 이후 작품 세계를 담았습니다. 읽어 주시는 많은 분들이 저의 굴곡진 삶의 여정을 안타까워하기보다 도전과 새로운 작품 세계를 좋아해 주시고 많이 질문해 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저는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그릴 겁니다. 기억에 남은 봄의 생명력과 가을의 풍요를 잊지 않으려고 붙잡을 겁니다. 그리고 은행나무를 부둥켜안았을 때 볼 수 있었던 나무의 진짜 모습을 다른 것에서도 만나고 찾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장애인예술은 장애예술인이 세상을 보는 개성적 인식과 독특한 감각을 보여 줍니다. 그러니까 감상과 향유를 즐긴다면, 새로운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겁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새로운 예술 세계를 만나는 즐거운 여정에 서로 벗이 되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여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