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시대의 불운을 타고
초등학교 일학년 때 일본 글로
중학교 일학년 때 6·25 사변에
책과 학교를 팽개치고
표류하던 유년 시절
주섬주섬 모아 간호사라는 팻말
하나 달고
태평양을 건너와
언어의 장벽을 헤엄치며
삶의 뿌리를 내린 이국땅
은퇴하여 소화되지 않은 무엇이
속에 꿈틀거려
시와 사람들 문우 사이에
배움이란 용기 들고 두드려 본 것이
시집이란 큰 선물을 받게 된 것입니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글이 된다는
김동길 선생님의 말씀과 같이
속에 뭉쳐있던 아픔 헤쳐 보니
삶은 아픔만이 아닌
곱이곱이 감칠맛 숨어있는
꽃향기
수반 위에 곱게 꽂아 보고픈
마음의 그림입니다
2022년 8월 어느 날 혜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