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감성적인 삶을 살며 감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애초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그 난관에서 그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호기심과 긴장감이 멈출 수 없는 가속도로 진행되었다.
감성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모순적이거나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저서와 자료들보다 탁월한 ‘감성’에 대한 성경의 우수한 자료들은 미와 사랑과 행복은 인간 본성에 잠재된 틔우고 피워줘야 할 싹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이러한 일련의 시도는 감성 부분이 과학적 이성적 부분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모호한 난관의 덕택으로 다소 무모한 시도가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용기와 담대함으로 펼쳐놓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로 사장되었을 이 책을 세상에 내놓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모든 지식이 그렇고 사유가 그렇듯이 나의 감성 이야기도 언젠가 그분의 얼굴을 마주하고 볼 때 더욱 분명해지리라. 지금은 희미한 그분의 감성을 찾아내기에 급급하여 다소 억지스럽게 감성을 정리하려 한 점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부정의 의미로만 봐주질 않길 바란다. 앞장서 가시밭길을 헤쳐나가는 이에게는 언제나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제는 거울로 보는 것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고린도전서 13:12)
오늘이 마지막 하루라면
사랑하는 세 가족과 따스한 햇살 아래 사치스런 식탁을 차릴 테다
최후를 감사하며 ‘신의 눈물’ 포도주로 멋지게 건배할 테다
사랑하는 부모, 형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 테다
그들과 함께 행복했고 사랑했노라며 작별인사를 할 테다
늘 해오던 나의 일상인 꿈꾸기도 계속 할 테다
천국으로 올라가 주님을 만나게 되면
잘 빚은 도자기 수반에 꽃잎 띄워 그 발아래 드릴 테다
아끼는 은주전자와 은수저 반짝반짝 닦아
장미꽃 만발한 정원에서 식사대접 해드릴 테다
주님 맛있게 드시는 모습 보기만 해도 행복할 테다
최근에 발견한 나의 심연에 가득 고인 아름다운 천국을 노래하는 시도 쓸 테다
지구에서 겪은 외로움, 슬픔, 기쁨을 지어 올려 드릴 테다
어여쁜 딸의 아름다운 첼로 연주에 맞춰 화성으로 맘껏 노래할 테다
그러다 목이 아프면 그림을 그릴 테다
이 우주 만물 오묘하게 창조하신 선생님 앞에서 미숙한 테크닉이라도 거침없이 뽐낼 테다
하늘나라 정원 소망하며 가꾸었던 뜰
눈 내리는 밤 아름다운 음악회와 아나바다 또다시 열어
숲속의 활기찬 사람들과 함께 감사의 날 마감할 테다
어둠이 내리면 달콤한 휴식을 취할 테다
별빛 달빛 반딧불 한꺼번에 끌어안고
행복한 보조개 만들어 솜털 베개에 묻힐 테다
2022년 여름 숲 정원에서
최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