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에게
벚꽃이 지는 거리를 차로 달리며
꽃 봐 저기 저기
햇빛에 모가지가 떨어지는 죽음을 뿌리치며
꽃 좀 봐
나는 안타까워서 여러 번 소리쳤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팠는지 마음이 부서졌는지
그렇게 아파서 스러지고야 마는지
뒷좌석에서 힘없이 눈을 감고 기울어져 있던 네가
잠시 고개를 들어 꽃을 보아 줄 때
얼마나 안심했는지
얼마나 두려웠는지
내 모가지를 꺾어 너에게 달아 주고 싶던
봄
2026년 3월
이원석
전자식 자연 관찰소에서 처음
한 줌의 양털을 받아왔을 때
그게 전기양으로 자라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처음으로 그게 네 다리로 일어섰을 때
조금 두렵기까지 했으니까
부드러운 양털을 쓰다듬으며 네가
흰 털이 피로 물들 때까지 부드러운 양털을 쓰다듬으며
네가
내 이름을 부를 때면 나는
목에 단 종을 흔들며 비뚤어진 웃음을 웃었지
나의 치욕은 나의 것일 뿐
파랗게 빛을 내는 질문지에 네 이름을 써
2022년 6월
이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