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이 아빠라는 인간을 알고 있다.
이렇게 운을 떼면, 당신은 아마도 ‘아, 란이라는 이름을 가진 딸을 둔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겠구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틀렸다. 그건 그냥 그의 별명이다. 무슨 뜻일까? 궁금증으로 당신은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어이없게도 그건 그의 별명 변천사를 한번만 읊어주면 확 이해가 된다. 그러니까 처음 그의 별명은, 닭대가리였다. 닭대가리에서 닭이 되었고, 계란이 아빠로 진화한 다음
결국엔 ‘란’이 아빠가 되었다. 실은,
별명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닭 볏처럼 자라났던 당신들의 무지와 편견, 모순과 아이러니, 욕심과 폭력의 계란을 먼 산 투척하듯, 당신들께 되돌려주고 싶다는 얘기를 하려던 것이다. 그런 인간들의 얘기. 고작 이런 걸 가지고? 싶긴 하지만, 뭐 어때, 던져라도 본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굳이 해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은 어디에나 있는 거니까. 즉 그런 거니까. 떡이라도 지겠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어릴 적 아버지와의 대화는 차라리 인간적이라 할만하다.
얘야, 이제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까 한다.
아버지 저는 이제 겨우 중학교 3학년이에요.
차가운 지구는 이제 넌덜머리가 난다. 너는 뭐든 되겠지.
아버지처럼 되진 않을 거예요. 차가운 지구에 대해선 말하지 마세요.
대단하구나. 하지만 세상은 무서운 곳이란다.
알아요. 하지만 나는 아직 열여섯 살이고 무서운 아버지가 있죠.
슬픈 얘기구나.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이건 폭력이에요. 벌 받을 거예요.
미친 인간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기운 없다
세상에 뭐 이딴 게 다 있지? 그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긴 지금 다시 그런 생각을 한다.
세상에 뭐 이딴 게 다 있지?
2018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