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도 시 형식을 빌려서 썼다.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막내 처제가 암에 걸려 투병 중일 때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터라 매일 아침에 출근하면 한 편의 시를 써 처제에게 보내주었다. 힘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처음에 6개월을 선고받은 처제는 5년을 더 살다가 곁을 떠났다. 그 이후로 매일 쓰는 시를 지인들에게 보내 주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아버님에게도 부모에 관해 시를 써 드렸는데, 무척 좋아하시기에 자주 보내 드렸다. 이 시집은 지난날 느꼈던 것들과 출근하면서 느낀 것들을 시로 남긴, 마음의 아침 낙서이다. 아버님이 내가 낸 시집을 보고 싶어 하셔서 회사 창립 20주년에 맞춰 발간할 생각이었으나, 아버님은 작년 4월 꽃피는 시절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버님께 드리지 못하는 시집이라 못내 아쉬움이 커, 조금 일찍 출간하기로 마음먹고 첫 시집을 낸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것이 인간 세상이란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뇌리를 스치는 것 중에 좋은 일이 있으면 기쁨의 글을 쓰고, 아픈 일이 있으면 쓰린 글을 쓰게 된다.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들을 담아 이번 시집에 담았다. 사랑과 우정, 인생이란 것에 관한 생각들! 그리고 이제는 영영 곁을 떠나 버린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도 여기에 썼다. 슬픔에서 찾을 수 있는 희망의 끈을 말하고 싶었고, 아픔은 새로운 성숙을 가져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봄바람에 스치는 기억들이 찬란하게 다가오는 내일을 마중하기를 바라면서…. -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