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먼 과거 속의 장희빈이 불쑥 필자의 상상 속으로 걸어 들어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물론 먼 과거의 그녀를 만나거나, 이야기 한 번 나눈 적도 없지만, 필자는 어쩐지 그녀가 이웃의 사연 있는 친구라도 되는 양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그리고 '인형왕후전'의 대척점에서 누군가 장희빈의 억울할지 모르는 사연을 대변해주는 책이 한 권쯤은 있어야 공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삶을 송두리째 왜곡 당한 여인, 수 년 동안 위풍당당 조선의 국모의 자리를 지켰음에도 단 한 번도 왕비로 불린 적 없는 여인, 그리고 평생을 사랑한 남자의 부박함을 감싸 안고 죽음마저 삼켜야 했던 치명적인 사랑을 한 여인, 그래서 왕후가 아닌 희빈으로 영원히 봉인된 여인, 장옥정, 그녀의 새로운 부활을 바란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