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감정과 함께 살아갑니다. 각자 자기 몸을 가지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감정과도 일생을 함께합니다. 아이를 키울 때 우리는 몸을 건강히 돌보는 일에 관해선 비교적 신경 써서 잘 가르쳐 주죠. 더러우면 씻도록 하고, 규칙적으로 양치하는 습관을 길러 주며, 몸이 아플 경우 바로바로 발견해서 바로바로 치료해 줍니다. 하지만 감정은, 규칙적으로 신경 쓰는 것은 고사하고 탈이 나서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되어도 거의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감정은 가까우면서도 낯선 존재입니다. 몸과 달리 감정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감정에 관해서는 더욱더 세심한 교육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현명하게 다루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관심을 갖고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죠. 감정 교육이라는 게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닌데 말이에요. 살면서 겪을 여러 가지 감정에 관해 미리 교육받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더 잘 다루고 힘겨운 감정에 덜 압도당할 수 있는데요. 나아가 일상생활에서 틈틈이 자기 감정을 돌아보고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이 점에 있어 이 책의 가치가 빛을 발합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다양한 면면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동시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내용들로 다채롭게 구성하였고,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적절히 설명하여 술술 읽힙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까지 소개하는데, 설명을 풀어놓는 방식이 친근하고 어렵지 않아 어린 독자들이 읽기에도 거부감이 없을 것입니다.
책의 전반적인 진행은, 두려움이라는 존재가 의인화된 등장인물로서 등장해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이 같은 방식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아 그 실체를 알기 힘든 감정에게 어린 독자들이 쉬이 다가가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럼에도 간혹 아이에 따라선 여전히 낯설 수도 있는데요. 그럴 경우엔 유명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나서 이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싶습니다. 특히 책 초반에 기쁨이나 슬픔 등 다른 감정들도 소개하는 대목이 있으니, 여기에서 애니메이션과 연결지어 준다면 아이의 흥미와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이 갖는 다른 장점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기 좋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등장인물들이 곳곳에서 만화 형식으로 대화를 주고받곤 하는데, 그럴 때 말풍선의 색깔별로 부모와 아이가 번갈아가며 읽는 것도 이 책을 재밌게 읽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또한 각 장의 말미엔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글로 적거나 그림으로 그려 볼 수 있는 공간들이 있어 직접 참여하는 재미를 유도합니다. 부모님께서는 자녀가 실제 겪은 감정 경험들에 대해 틈틈이 대화를 나누면서 이 책을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끝으로,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삽화들이 책의 가치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를 체코 예술가들의 감성을 느껴 볼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로 삼는다면 지나친 호들갑일까요? 그래도 저는, 삐죽삐죽 장난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색감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림체가 마치 체코의 도시 프라하를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선이 간소화된 형태의 등장인물들이 그 속을 활보하는 모습에서는 마리오네트 인형극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들이저만큼 즐거운 독서 경험을 하시게 되길 바랍니다.
나 자신이 기성 의사가 되기 전에 기록을 남겨놓고 싶었다. 또 기록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사실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을 내었다. 글감을 포착하는 순간에 바로바로 글을 쓰면 현실을 가공할 틈이 줄 것 같았다. 때문에 인턴수련을 받는 1년 내내 작은 수첩을 항시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러다가 인상 깊은 사건이나 상념을 맞닥끄리면 단 몇 초의 여유라도 생길 때마다 짬짬이 메모를 휘갈겼다. 그렇게 해서 여러 권의 수첩 속에 이 책의 초고가 차곡차곡 쌓였다. ('여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