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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천쓰홍 (陳思宏)

국적:아시아 > 타이완

출생:197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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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세트] <귀신들의 땅> + <동생> + 천쓰홍 x 찬와이 내한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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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번째 천산갑

베를린의 친한 친구 하나가 라이프치히(Leipzig) 동물원에 타이완에서 온 천산갑이 있는 걸 아느냐고 물었다. 녀석들은 타이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고, 인간과는 다르게 평생 시차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라이프치히 동물원에서 영원히 타이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기차를 타고 산책을 하면서 라이프치히 동물원으로 녀석들을 만나러 갔다. 헬로, 시차를 느끼지 못하는 천산갑들아, 잘 지냈니. 나도 타이완에서 왔어. 인사를 마치고 나니 한 쌍의 남녀에게 눈길이 갔다. 연인이나 부부 같진 않았다. 몸의 상호작용에 보이지 않는 장력이 존재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그들이 천산갑이 되어 발톱으로 동굴을 파는 모습을 상상하는 이야기였다. 두 남녀의 처지를 알게 되었다. 남자는 게이였고 여자는 유쾌하지 못한 이성 혼인생활에 갇혀 있었다. 어려서 함께 자란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남달리 의지하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엔 비밀이 있지만, 입밖에 내지 않았다. 나는 꼭 소설과 상상으로 이 비밀들을 구성해 내야 했다. 이 작품 속의 그녀와 그는 어려서부터 낭트에 가기로 약속했지만, 어른이 되고 늙어서 함께 길을 가면서도 끝내 그곳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인생의 ‘도달하지 못함’ 아닐까.

귀신들의 땅

2018년 7월, 베를린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해 2019년 4월에 완성했다. 나는 끊임없이 용징의 기억을 파고 들어갔다. 줄곧 그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으나, 오히려 계속 그곳을 글로 쓰고 있었다. 다 쓰고 나면 울음이 터질 줄 알았는데 마지막 한 문장을 쓴 뒤, 울기 좋아하는 울보 귀신인 나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저 눈앞의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종잡을 수 없었다. 고개를 숙여 몸을 살폈다. 피부와 뼈와 살이 시야에서 천천히 흐려지더니 점차 투명해졌다. 내가 정말로 귀신으로 변할까 두려워서 얼른 원고를 편집자에게 보낸 다음, 침대에 올라가서 잤다. 아주 편안하게 잘 잤다. 이런 시각이면 귀신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용징이 슬그머니 베를린의 내 방으로 들어와 내 옆에 함께 누웠다. _천쓰홍

셔터우의 세 자매

초등학교 들어간 뒤의 일이었다. 세면대에서 여자아이 둘이 얘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넌 셔터우 사람인데 용징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 거라며?” “응, 맞아.” “성이 샤오 씨야?” “응.” “우리 엄마가 셔터우는 전부 미친 여자들뿐이래.” 샤오 씨 여자아이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미친 여자가 아니야. 미친 여자 아니란 말이야!” 2019년 12월 『귀신들의 땅』이 출간되었을 때, 기차를 타고 용징으로 돌아가는 길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기차역 이름에 눈길이 멈췄다. 위안린(員林) → 용징(永靖) → 셔터우(社頭)의 순서다. 순간 마음속으로 용징 다음 역이 큰누나의 시댁이라는 게 기억났다. 그렇다면 이걸로 소설을 한 권 써야 하지 않을까? 셔터우를 쓰는 거야. 귓가에 갑자기 어릴 때 세면대 앞에서 두 여자아이가 주고받았던 대화가 들려왔다. 글쓰기란 인생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렵다. 그때 이 소설의 인물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홉 번째 몸

나는 나 자신을 활짝 열고, 그것을 감당하고, 말하고, 글로 쓰고자 한다. 나는 타이완 장화(彰化)현 용징(永靖)향에서 한 가정의 아홉째 아이로 태어나 절대적인 남존여비의 환경에서 성장했다.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가부장적인 사고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보수적인 의식도 내 몸에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는 동지(同志)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성애를 통해 가정을 꾸릴 수도 없고, 가문을 이뤄 대대로 조상들의 영전에 향을 올릴 수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나의 몸은 가부장제의 온갖 제약들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천(陳)씨 집안의 아홉째 아이인 내 몸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가 무수히 쌓이기 시작했다. 이 책 『아홉 번째 몸』은 나 자신의 몸을 해부하는 글쓰기 프로젝트로, 가족의 기억과 성장의 슬픔을 진솔하게 직시하면서 시골에서 겪은 신체적 제약과 고등학교 시절의 폭력 및 체벌, 동지로서 겪게 된 실의와 방황, 타인들의 차별, 성년이 된 후의 신체적 시련, 독일에서 타향 살이를 하게 된 후의 몸에 대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쓰려고 한다. 글쓰기를 통해 천씨 집안의 아홉 번째 몸이 용징에서 타이베이를 거쳐 베를린까지 오는 과정에서 경험한 갖가지 폐쇄와 개방을 사유하고 평가하려 한다. 또한 나 개인의 작은 몸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타이완이라는 섬나라가 지니고 있는 긴장감과도 연결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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