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을 앓으며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던 날, 책꽂이에서 무심코 꺼내 든 화집 속 모네의 그림이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그림을 그릴 당시의 모네 역시 깊은 우울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고흐의 편지를 읽을 땐 곧 태어날 조카에게 자신의 이름을 물려주겠다는 동생의 말에 조카가 고단한 제 삶을 닮을까 두려워하던 고흐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자식이 나의 불편한 몸을 닮을까 겁내던 내 모습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끌렸던 그림들에 다가가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지금의 나를 비추는 장면들이 숨어 있었다. 그림에는 나를 끌어당기는 비밀스러운 주파수가 있는 것 같았다. 예술가들 역시 한 사람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이 났다.
미술관에 간다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을 지키러 가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우고, 몸이 불편한 채로 일상을 꾸리고, 가족의 시간을 지탱하는 일. 그것은 내가 선택한 삶이었고 그 안에서 보람도 느꼈다. 그러나 돌봄은 동시에 나를 조금씩 닳게 하는 일이기도 했다. 앞날이 막막하고, 엄마라는 역할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던 날, 그런 날이면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곳은 굳이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다.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엉킨 매듭이 천천히 풀리는 것 같았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그림에 대한 어떤 해석을 제시하기보다 그림 앞에 서 있었던 나의 시간들을 기록한 것이다. 그저 어느 날 스스로를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이 글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리라 믿는다. 이 글을 읽는 동안 자신의 기억과 다시 마주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지치고 무너질 것 같은 날, 미술관 문을 열고 들어가 볼 수 있기를. 그곳에서 문득 자신의 마음을 닮은 장면 하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